부산 하천 살리기,2년으론 부족했다

하단역 인근 괴정천에 다량의 부유물이 정체돼 있다
하단역 인근 괴정천에 다량의 부유물이 정체돼 있다

우려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간 괴정천은 말 그대로 ‘똥물’이었다. 물 색깔이 아주 탁해 얼마나 더러운지 눈으로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시커먼 물 위로는 출처가 불분명한 다량의 쓰레기와 기름이 떠 있었다. 오리 두 마리가 그 주변을 헤엄치며 주둥이로 쓰레기를 콕콕 찌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미관상 엉망인 하천에서 나오는 악취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역겨웠다. 괴정천 인근에 28년간 거주한 주민 A씨(사하구)는 “하천 주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온다던데 이 악취를 견딜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다”라며 “시에서 수년째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바뀌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사하구에 위치한 괴정천은 예로부터 부산의 대표적인 오염 하천으로 알려져 있다. 괴정천은 하천 상류의 깨끗한 물이 도심 아래를 지나면서 오염돼 악취를 유발한다. 도심의 생활폐수가 하천으로 여과 없이 배출돼 하천의 오염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개선되지 않는 괴정천의 오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인 주기재(생명과학) 교수는 “괴정천은 우천 시 하수와 빗물이 합쳐져 악취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며 “생활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하구청은 지속되는 괴정천의 오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2018년 사하구청은 박성혁(동아대 토목공학) 교수팀과 함께 산소발생기 실험을 진행했다. 이는 괴정천 하류에 대형 산소발생기를 설치해 용존산소량을 인공적으로 높이는 방식이었다. 괴정천 일부 구간에서 이뤄진 2년간의 실험 결과, 실험 구간의 용존산소가 ‘매우나쁨’ 등급에서 ‘좋음’ 등급까지 개선됐다. 복합악취 역시 계절별로 모두 감소했으며 특히 여름에는 최대 74.4%까지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도 산소발생기는 추가 운용 없이 철거할 예정이다. 산소발생기를 작동할 때 생기는 소음이 크고, 효과 반경이 너무 좁아 효율성도 낮기 때문이다. 사하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산소발생기 작동을 위해 전기를 돌릴 때 소음이 발생해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 왔다”라며 “효율성도 크지 않아 더 이상의 운용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광역시청(이하 부산시청)은 온천천에 설치된 비점오염저감시설을 괴정천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환경부는 통합·집중형 오염지류 개선 사업 대상으로 괴정천을 선정했다. 이후 괴정천의 하천 수질 개선 사업에 국고가 지원되는 것이다. 다만 사업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청에서 괴정천의 비점오염저감사업에 대한 설계비를 환경부에 신청했으나 국비 신청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시청 하천관리과 이상한 직원은 “비점오염저감사업에 대한 설계비를 내년에 재신청할 예정”이라며 “설계비가 갖춰지면 사업이 진행되기까지 4~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청은 내년부터 괴정천의 하수관거를 분리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2023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하수관거 분리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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