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는 어느 편이냐?” 정치적으로 편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의견을 말하면 쉽게 듣는 질문이다. 조국 사태 때도,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태 때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그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그 사안에 대해 상대가 어떤 이유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오직 중요한 것은 그가 어느 쪽 편을 들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로 간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이런 질문은 더욱 횡행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극심한 편가르기의 늪에 빠져버렸다. 모든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이 ‘합리’와 ‘상식’의 기준이 아니라, 집단적인 ‘편’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언제나 우리 편은 옳고 상대편은 잘못되었다는 확증편향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 조국 사태든, 정의연 사태든, 추미애-윤석열 갈등이든, 각자의 결론은 미리 내려져 있다. 구태여 내 머리로 고민하고 판단하지 않아도 우리 진영의 집단적 결론을 따르면 되는 일이다. 내로남불의 전성시대는 그렇게 도래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일차적인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물론 현재의 야당 세력에게 원죄가 없지 않다. 지난 시절 그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을 때 좌우의 이분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다. 사람들의 머릿속을 두 개의 이념으로 가르고 색깔을 덧칠하던 폭력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낡은 체제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 ‘촛불혁명’이었다. 국민의 절대적 기대를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응당 편가르기와 분열의 역사를 종식해야했다. 적어도 처음의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한 과제를 모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약속했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국 사태로, 추미애-윤석열 싸움에 나라가 둘로 쪼개져도 문 대통령은 수수방관할 뿐이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서는 그런 편가르기를 종종 선도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약속했던 탕평책은 한 번도 시도조차 된 적 없이 우리 편, 우리 진영에 갇힌 인사를 반복한 것이다. 검찰개혁이나 부동산 정책 등에서 국정의 난맥이 초래되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국정을 운영하면서 자기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현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비판자들의 목소리는 경청하지 않고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것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약속의 파기였다. 물론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 21대 총선에서 참패당한 제1야당 국민의힘의 책임 또한 크다. 그들이 민심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여 견제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던들, 집권 세력이 이렇게 긴장을 해제하고 손을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형편없는 야당이 형편없는 집권 세력을 만드는데 일조한 셈이다. 

국가의 서로 다른 구성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일은 고대 정치에서도 어려운 숙제였다. 플라톤의 <정치가>에는 젊은 소크라테스와 방문객의 대화를 통해 왕을 직조공으로 비유하며 ‘절제 있는 성격들’과 ‘용감한 성격들’을 통합하는 왕도적 통치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왕도적 직조공이 해야 할 일은 절제 있는 성격들과 용감한 성격들이 따로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그의 업무의 전부일세. 왕도적 직조공은 이 두 부류가 의견을 공유하고 같은 자질들을 존중하거나 경멸하고 서로 사돈이 되게 함으로써 이 두 부류로 천을 짜야 한다는 말일세. 그는 이 두 부류로 부드럽고 사람들 말마따나 ‘촘촘하게’ 천을 짜되, 나라의 관직들을 언제나 두 부류가 같이 맡게 하고 어느 한 부류가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되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통치술이 통치자의 중대한 덕목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자기 진영의 힘을 결집하는 정치는 종식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세력 모두에게 하는 주문이지만,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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