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우리 학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본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이같은 문제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내 고시준비반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우리 학교는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단과대학(이하 단과대)별로 국가고시 준비반(이하 고시준비반)을 운영 중이다. 고시준비반에는 △경영대학 경맥정사(공인회계사시험) △경제통상대학 형설정(관세사시험) △공과대학 기맥정(5급공채 기술직) △사회과학대학 신목정(5급공채 행정직, 국립외교원, 입법고시) △취업전략과 산하 언론고시반 등이 있다. 주로 출결관리를 포함한 정독실 운영과 인터넷 강의, 기출 및 모의고사 비용이 지원된다. 일부 고시준비반에서는 외부 후원금이나 합격자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분산된 운영 방식
학생들만 갈팡질팡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고시준비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고시준비반이 서로 간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시준비반이 각 단과대로 분산됐기 때문에 학생들은 합격 노하우 공유 및 선배와의 교류 등 고시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형설정 소속 황새결(무역학 15) 씨는 “학교가 고시준비반들 사이를 연결하는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현 체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모든 정보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5급공채 행정직·기술직과 7급지역인재는 1차 선발시험의 응시 과목이 같아 개별적으로 고시반을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기맥정 소속 배은우(건축공학 14) 씨는 “학교에서 고시준비반을 통합하면 학생들이 지금보다 도움받을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부족한 시설 지원
코로나로 엎친 데 덮친 격

이밖에 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제공된 책상에 비해 교재가 많아 공간이 부족하거나, 정독실 외에 별도의 휴게실이 없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박민원 씨는 “휴게 공간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을 먹기 힘들다”라며 “식사를 위해 외출할 시간조차 없는 학생들은 식사를 거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된 대학본부(이하 본부) 측의 관리 방침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학내 고시준비반은 지난 1학기에 폐쇄되었다가 2학기에 확산세가 완화되자 점차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을 이유로 정독실 운영 시간을 과도하게 축소하거나 방역 문제로 여전히 개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언론고시반에 소속된 이도이(국어국문학 17) 씨는 “이전보다 비교했을 때 정독실 개방 시간이 크게 줄었다”라며 “다른 학교 학생과 똑같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공부할 권리를 침해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맥정사 소속 서원득(경영학 13)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까지 내려간 지금도 경맥정사는 운영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정독실을 열어주지 않으니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공된 책상에 비해 고시 공부에 필요한 책이 많아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교수-학생 간 느슨한 연결고리
시험 준비 어려워

교수의 도움이 모자라 아쉽다는 학생도 있다. 신목정 소속 박민원(철학 14) 씨는 “서울권 대학의 경우에는 교수가 자체 모의고사를 출제하거나 답안 첨삭을 지도한다”라며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2차 시험을 준비하기 어려워 서울 고시촌으로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양대학교에서는 교수들이 주관하는 각 국가고시 대비 특강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 주체 부재에
학생들 부담 가중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본부에서 고시준비반을 담당하는 단일 주체를 마련하지 않아 본부 차원의 고시준비반과 관련된 업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전략과에서 언론고시반과 7급지역인재 지원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 고시준비반 관리에 그칠 뿐이다. 심지어 단과대에서도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고시준비반도 있다. 기맥정은 공과대학 내에 고시반과 관련된 담당자가 없어 고시반 소속 학생이 예산안까지 관리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본부가 국가고시 준비뿐만 아니라 합격자 수에도 관심이 없다는데 입을 모았다. 실제로 국가고시 합격자 수는 고시준비반 소속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하거나 학과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파악되는 것이 전부다. 배은우 씨는 “학생들이 공부하기 바쁜데 학교에서 행정처리조차도 제대로 맡아주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반면 주요 대학들은 학생들의 국가고시 준비를 장려하고 있다. 성균관대 학생인재개발팀 조윤석 계장은 “국가고시는 고위공직자나 전문직 인재를 배출하는 중요한 시험”이라며 “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장차 사회를 이끌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도 고시준비반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대학 차원에서 국가고시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전북대 인재등용관 관계자는 통합 고시센터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단과대학보다 학교 전체가 고시반을 지원하는 것이 예산이나 운영 면에서 효율적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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