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나 서비스를 다 함께 공유해 사용하자는 공유경제는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고, 어느새 세계의 흐름이 됐다. 나아가 ‘공유’는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일환으로 대학 간의 연대와 교류를 통한 공유대학 신설이 새롭게 제안되고 있다. 대학이 자원을 함께 사용하고 함께 교육·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공유대학이 고등교육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공유대학은 대학가에 새로운 흐름을 이끌 수 있을까?

대학 간 협력으로 생존을 도모하다

공유대학은 △대학 △지역사회 △기업 △연구소 △글로벌 파트너 기관까지 다양한 주체가 자원을 공유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공유하는 자원은 △교수와 학생 등 인적자원 △강의실과 연구공간, 기자재와 같은 물적자원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포함한 제도적 자원까지 다양하다. 대학 간의 학생과 강의를 교류하는 학점교류제도 공유대학으로 나아가는 단계에 포함된다.

공유대학은 대학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등장했다.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로 정원을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지정해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대학끼리 협력하여 함께 생존을 도모하자는 지점에서 공유대학이 새로운 대책으로 떠올랐다. 김성규(진주교대 과학교육) 교수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피하자는 목적으로 학교들이 연합하기 시작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시작한 원격수업도 돈이 많이 드는데, 공유대학을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실패한 공유대학
그 원인은?

하지만 공유대학은 이미 실패를 겪었다. 2017년, △세종대학교 △중앙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포함한 서울 23개 대학이 모인 서울총장포럼에서 세계 최초로 ‘공유대학 플랫폼’을 형성해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를 시작했다. 하지만 교류 학점 건수가 △2018년 2학기 25건 △2019년 1학기 61건 △2019년 2학기 317건으로 증가하다 2020년 1학기 87건으로 크게 줄었다. 결국 지난 8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서울총장포럼은 플랫폼 운영을 1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권 대학의 공유대학 플랫폼이 실패한 원인으로 는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 꼽힌다. 학생들이 공유대학 플랫폼의 존재를 알지 못해 이용률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중앙대 김아름(영어교육 19) 씨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공유대학 플랫폼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라며 “공유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유대학을 완성하기 위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지 못해 기존의 학점교류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초반의 계획과 달리 공유대학은 강의공간과 기자재를 공유하거나 플랫폼 확대,  K-MOOC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강좌를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대학마다 수강신청 날짜, 강의 등록 시스템이 달라 실질적인 이용률이 낮았다. 서울총장포럼 김대종(세종대 경영학) 회장은 “총장의 임기가 보통 4~5년으로 한정돼 총장이 바뀔 때마다 다시 협의를 해야서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연속성이 부족했다”라며 “또한 운영비가 지원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공유대학 플랫폼을 운영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부는
공유의 바람

서울의 공유대학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공유대학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추진해 △경남 △충북 △광주·전남에 공유대학을 계획하고 있다. 경남 지역의 경우 △창원대 △경남대 △경상대 등 17개 대학이 참여한 ‘경남공유형대학(USG)’이 들어선다. 충북 지역의 경우 충북대를 포함한 15개 대학이, 광주·전남에서도 전남대를 포함한 15개 대학이 공유대학을 신설한다. 지난달 28일 부산에서도 동서대, 동명대를 포함한 6개 대학이 ‘부산지역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 협약식’을 열었다. 인공지능 기반 창업교육의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운영하고 상호협력 프로그램과 컨텐츠를 함께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유대학이 새롭게 시작되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의 확대가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대학이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배움의 장이 반드시 개별 학교의 캠퍼스가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원격수업의 경우 대학 간 공유가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원격수업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일반대학은 학위 취득을 위해 필요한 한점의 100분의 20 범위 내에서 원격수업의 이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강윤주(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로 진행된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공유대학의 움직임이 강력해졌다”라며 “공유가 거의 무한대로 가능한 원격강의를 보며 공유의 개념이 지적 재산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공유대학이 제안된다. 입시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방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로 인해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공유대학은 개별 대학에서 중복으로 투자해야하는 영역을 함께 공유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의 분야에 교육·연구 자원을 공유해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동서대학교 기획연구처 관계자는 “동서대학교는 이미 경상대학교와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함께 교양교육을 교차 운영하고, 도서관, 공동기기센터 등을 상호 개방했다”라며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학과를 공유대학에서 공통으로 신설·운영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공유대학은 지역발전과도 연결된다. 공유대학은 동료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 내 기업 △공공기관 △연구소 등 지역과 연계한다. 지역에 특화한 산업에 맞춘 인재를 대학이 교육·양성하고, 학생들은 인재로 발전해 지역에 취업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유출을 줄이고 지역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다. 충북대학교 기획처 이문순 처장은 “지역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해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라며 “충북 오송은 의학·바이오 산업에 특화돼, 충북 공유대학은 특화 산업과 관련한 △제약·바이오 △정밀의료·의료기기 △화장품·천연물을 핵심 분야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대학 사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공유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에 공유정신이 자리잡고 구체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자원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공유대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주 교수는 “현재는 대학 간 경계가 너무 강력해 공유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교수와 학생 모두 자원을 공유한다는 것에 부정적이고, 대학 행정이 견고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공유철학이 자리잡은 후 작은 것부터 교류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활발한 학점교류, 지적 자원과 인프라 공유에서 시작해 공동 학과 개설, 공동 학위 등의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연구기획팀 유신열 부장은 “현재의 공유대학은 지나치게 거대한 범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라며 “학점교류를 포함해 인프라나 교수 자원 공유 등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공유대학을 완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의 특성을 살리면서 공유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히 대학이 뭉치는 연합의 개념은 개별 대학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간한 <대학교육210호-공유대학: 개념, 모델, 그리고 성공 요건>에서 배상훈(성균관대 교육학) 교수는 ‘공유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표준화, 획일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라며‘대형 거점대학에 종속되거나, 대형 대학이 군림하는 구조로 변질되면 공유대학은 표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서대 기획연구처 관계자도 “지역별로 만들고자 하는 공유대학의 형태가 같아선 안된다”라며 “지역 산업과 연계되는 지역 밀착형 공유대학을 만들어 지역과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유대학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유대학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종 회장 역시 “서울권 대학의 공유대학에서 형성한 플랫폼에 대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라며 “더불어 공동 학위, 활발한 수업 교류를 위한 규제의 완화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남공유형대학은 현행 <고등교육법>상 수익용 기본재산이나 부지 등을 갖고 있지 않아 대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지난 10월,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명시된 대학 설립의 4대 요건인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의 유지 필요성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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