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두 번에 걸쳐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니, 지인들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사람들도 연락을 해왔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낯설고 어려운 이상한 음악을 전문으로 한다던데, 텔레비전에 나와 설명하는 음악이 낯설긴 하지만 결코 어렵지도 않고, 그 음악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함께 출연해서 패널로 자리를 꾸며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4인조 팀들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 방향이 역사와 관습, 언어, 지리, 그리고 기후까지도 반영한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다. 그 ‘월드뮤직 장인’들의 팬들 역시 세계 각지의 음악에 담긴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월드뮤직을 즐기는 과정에서 나아가 우리의 음악이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한다면 더욱 즐거운 문화의 교류가 될 수 있겠다. ‘대취타’ 같은 음악을 통해 우리의 음악과 예술, 그리고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이 커다란 행보의 첫걸음이니까. 그리고 ‘블랙 스트링’이 들려주는 음악이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 대신 거문고가 활약하는 새로운 음악의 제안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물론이고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함께 즐기는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 

이처럼 음악 속에 담긴 문화를 읽은 재미는 들을수록 쏠쏠한 편이다.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적확하게 적용되는 경우도 드물다. 월드뮤직이라는 단어는 1980년대 중반 이래로 세계에서 통용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나 들어서야 문화의 트렌드, 또는 문화를 담아내는 담론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현재까지 부침은 있었지만, 2020년 현재 월드뮤직이 △문화 △역사 △지리 등 다양한 문화 코드를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월드뮤직을 듣는 이유는 단 하나,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람 사는 모습을 ‘음악을 통해 엿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어와 지역, 피부색과 관습이 다를지라도 사람과 사람으로서 공감한다. 바로 음악을 통해서.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악을 통해 ‘문화를 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과 사물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는 그 안에서 ‘문화’를 읽을 수 있다. 이 ‘문화 읽기’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 있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가에 따라 그 내용과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읽어내는 주체가 얼마나 다양한 시각과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완전히 달라진다. 예시로 이제 낯설지는 않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애물단지로 인식되는 것 중 와인이 있다. 워낙 가짓수도 많고 이름도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등 언어의 장벽을 느끼며 좌절하게 만드는 터라 접근이 용이하진 않다. 하지만, 와인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피와 땀, 그에 얽힌 드라마는 와인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문화라 할 수 있다. 프랑스든 이탈리아든 칠레든, 와인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만의 문화를 담고 있다. 월드뮤직도 마찬가지로 음악을 넘어 그 이면에 담겨 있는 문화를 이해하기에 딱 알맞은 예술이다. 월드뮤직은 음악이 아니라 문화다. 

이 월드 뮤직에 대한 정의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한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역과 인종을 막론하고 인간 본연의 정서인 희로애락을 담은 음악’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대신 몇 가지 기초 조건이 있다. ‘월드 뮤직’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언어와 관습, 그리고 문화를 음악으로 담아내야 한다. 두 번째로 지역과 언어, 인종과 시대가 달라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민족이 그 음악이 담아내는 고유 정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월드 뮤직으로 부를 수 있는 해외의 음악은,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최근 수년 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음악계를 강타한 쿠바 음악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대취타’ 역시 힙합을 포함한 서구 음악 양식을 근간으로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전통은 ‘대취타’를 서구 음악으로만 분류할 수 없게 한다. 월드 뮤직인 것이다. 음악 속에 문화를 담은 좋은 음악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황우창 작가
황우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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