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 강도와 기간 면에서 역대급으로 강하고 긴 장마를 경험했다. 장마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강우 강도’라고 불리는 시간당 강수량이다. 한 시간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은 수자원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예컨대 도로나, 배수 처리 시설과 같은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강우 강도가 기준이 된다. 이번 장마 기간에 부산 도심에서는 안타깝게도 지하도가 침수되면서 자동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생명을 잃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그때의 강우 강도가 시간당 80mm이었고, 때마침 만조시기와 겹쳐서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다량의 물이 급격히 도로로 유입돼 결국 인재가 발생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를 기후 변화에 따른 폭우의 증가로 생각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고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봤다. 1441년 측우기 관측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오랜 기상관측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관측된 자료가 과학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기간의 연속성이 필요하다. 1770년 6월부터 측우기 자료는 330년간 연속적으로 기록됐으며, 1904년 현대적 관측 자료에 연결돼 기상청에서 강수량 자료로써 제공하고 있다. 1770년부터 1900년까지가 그 이후 기간보다 훨씬 변동성이 심했다. 과거 강수량이 적으면 온 나라가 농사를 망치고 왕의 부덕함으로 치부되는 시대였는데, 얼마나 비 소식을 기다렸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폭우가 증가하면 ‘지구온난화’ 때문일 것이라 말하기 쉽다. 그런데 과학자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그렇다’고 답을 쉽게 내리기 어렵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폭우 문제에 왜
지구온난화가 대두되는가 

첫째, 지구온난화는 아주 긴 기간의 변화를 일컫는다. 지난 100여 년간 1도 정도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갔고 이를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중에서도 ‘지구온난화’라 말한다. 한편 온난화가 냉각화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돼 학자들은 온난화와 빙하간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기후변화’로 설명하기도 한다. 기후는 언제나 변한다. 그런데 왜 지구온난화가 문제가 될까? 이는 오랜 과거, 지금부터 몇십 만년 이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온난화’와 비교할 때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온난화의 기울기를 비교하면, 100년에 1도는 어마어마하게 가파르고 급격한 변화다. 이는 ‘인간 활동’이 만들어낸 20세기의 특별한 온난화이기 때문이고, 예전의 온난화에서는 이 정도 수치의 급격한 온도의 증가를 찾을 수 없으며 이는 과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 활동이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 연료 사용 하는 것으로 이는 온실기체를 대기에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그런데 이러한 온실기체는 생명력이 수백 년이라서 우리가 당장 온실기체를 줄인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미래까지는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당장이라도 온실기체 배출을 감축시켜야 하지만 에너지와 도시화 등 다수의 인간 활동이 온실기체를 방출하는 과정이라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저탄소사회’를 향하여 온실기체를 줄여나가야 하는 필연성을 정책에 담아 실행하고자 한다. 이 긴 지구온난화의 시기에 스콜성 폭우가 점차 증가하였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시계열을 통해 긴 기간 동안의 강우강도를 분석해보면 점차 증가하는 추세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스콜성 폭우의 증가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열역학적 요인에서 본
폭우의 조건

둘째, 지구온난화의 현상이 일어날 때 지구 대기 내부의 물리적 과정이 폭우의 물리적 과정을 유도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 대기는 물리적으로 수증기를 더 많이 함유할 수 있다. 이를 클라지우스-클라페이론 이론이라고 하며 기온과 수증기의 응결량을 설명하는 물리적 과정이다. 온난화 상태에서 지구 대기는 지표와 해양이 가진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대기로 옮겨와서 육지의 지표는 조금 더 건조해질 것이고, 해양은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해양 상의 대기는 습윤해질 것이다. 즉, 대륙과 해양 간에 수증기의 차이가 생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해양 상의 습한 공기는 육지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육지로 수송되는 수증기량이 많아져서 비를 더 내릴 수 있는 조건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폭우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을 ‘열역학적 요인’이라 부르며 이 열역학적 요인이 지구온난화에서 더 강해지기에 폭우의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이 열역학적 요인 이외에도 대기의 수증기 수송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역학적 요인’인 바람이다. 바람의 수렴이 강하게 있어야 폭우가 내릴 수 있는  호조건이 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상태에서 평균적으로 안정화가 더 강해져 바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폭우가 내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아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폭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디서나 폭우의 증가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압의 특이성이 가져온
올해의 폭우

셋째, 올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올해에는 장마 기간에 영향을 주는 여러 인자의 행동들이 매우 이례적이었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 중심을 일본 남해상에 두고 동서 방향으로 쭉 세력을 서쪽으로 뻗어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원활히 공급했다. 통상적으로 장마전선의 형성에는 북서 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 고기압의 사이에 저기압이 작동된다. 하지만 올해에는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블로킹 고기압처럼 동시베리아 지역에 정체된 고기압이 지속적으로 건조한 공기를 보내 습한 남쪽 공기를 벽으로 만들어 상승시켰다. 요약하자면, 올해에는 우리나라 주변의 대기 하층 순환장과 상층 순환장이 예전의 강한 장마 때와는 다른 형태를 보였다.

세 가지 측면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의 증가에 대한 해설이 간단하지 못하다. 또한 해마다 폭우의 형성 과정과 장마의 지속 원인이 다른데 이를 모두 지구온난화의 탓으로만 하기에는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하경자 (대기환경과학) 교수
하경자 (대기환경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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