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딱딱하고 어려운 분야이며, 예술은 전문가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각 분야가  서로 관련성이 적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에 변화를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노동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신진예술문화행동 흥 이준호 대표. 노동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그를 <부대신문>이 만나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호라고 합니다. 그리고 ‘스카웨이커스’라는 인디밴드에서 트럼본을 연주하고 있어요.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흥은 2017년부터 활동 중인 단체인데요. 원래 이름은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이에요. 예전 이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노동과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특히 노동 문화에 관심이 많죠. 노동 문화, 그리고 집회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세요? 많은 사람들이 빨간 머리띠나 빨간 조끼를 떠올릴 것 같아요. 집회 현장에서 그런 모습이 꾸준히 보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모두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노동문화 자체가 딱딱하고 어렵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좋더라도 사람들이 선뜻 연대하길 꺼리게 되는 거죠. 노동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그들이 가진 생각은 다양한데, 문화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달까. 그래서 사람들이 노동 문화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흥이 만들어졌어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이전에는 노동 문화에 대한 활동이 중점적으로 이뤄졌어요. 노동의 날에 노동조합(이하 노조)과 협업해서 행사를 기획하거나 직접 행사에 공연하러 가기도 했죠. 노동 현장에 예술을 접목시키기에 공연이 좋은 방안 중 하나거든요. 

최근에는 노동 문화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분야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얼마전에는 청년주간 행사에서 예술과 노동에 대한 내용으로 발제를 맡기도 했었죠. 이처럼 강연이나 발제를 하기도 하지만 이런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는 않아요. 주로 하는 활동은 공연, 행사 기획이에요. 구성원들이 음악인으로 되어 있다 보니 특히 음악이나 퍼포먼스 관련 행사를 자주 담당하죠. 단체명이 바뀐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활동하면서 저희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넓어졌거든요. 이전에는 노동 문화에 대한 고민이 중점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이름으로 변경하고 활동의 범주도 넓혀나가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지금 흥캐러갑니다’ 가 있는데요. 달마다 1~2곳의 노조를 방문해 노동과 예술이 어떻게 조화돼서 활동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해보는 사업이었어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그들의 정서도 이해하고 함께 문화예술의 필요성도 이야기하는 자리였죠. 

‘노동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다양하게 표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노조에서 필요한 예술 교육이 있다면 그걸 할 수 있는 예술인과 연결을 시키는 일을 했어요. 노조와 예술인들 사이에 다리 역할을 했던 셈이죠. 

△본인이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부터 노동과 예술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재학 당시 총학생회에서 부학생회장으로 활동했었는데요. 당시 총학생회는 일명 ‘운동권’ 성향이 강했어요. 사회적 이슈나 진보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 집단이었거든요.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노동 현장에 가보기도 하고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그리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스카웨이커스도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문화나 예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영화, 음악, 유튜브 등 대중문화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저는 그보다는 독립문화나 인디 문화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당사자기 때문에 당연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대중문화에 비해서 활동하는 사람 수나 자본이 적어 주목을 받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노동 문제와 예술을 결합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활동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 참여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위에 개인이 아닌 스카웨이커스 밴드 일원으로 참여를 했었는데요. 시위가 이뤄지는 기간 동안 행진의 선두에서 공연을 했어요. 당시에 보람차기도 했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전에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런데 시위에서 공연하면서 예술이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까지 될 수 있음을 느꼈어요. 노동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도 이때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고요.

△보람을 느끼거나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예술이 노동 현장에서 향유되고 있을 때, 보람차요. 노동자들이 모임이나 집회 현장에서 저희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거죠. 이전에 부산대병원 노조와 협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노조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개사곡과 안무를 작업했어요. 이후에 노조분들이 전국 보건의료노동조합 집회에서 그 노래와 안무로 공연을 했는데요. 반응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정말 뿌듯했죠. 노동과 예술이 만나는 데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큰 어려움은 노동자들이 예술은 스스로와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해요. 노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예술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노동 현장에 예술이 스며들려면 당사자가 예술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지 않아야 해요. 그런데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다 보니 활동할 때 어려움을 느끼게 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희와 같은 단체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는 노동과 예술의 접점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어요. 두 분야가 결합한 사례가 많이 나타나야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도 쉬워질 거예요. 노동 문화를 바꾸는 방법으로 예술을 선택하는 단체가 늘어나면 노동자와 예술이 함께한 사례도 많이 확보되겠죠?그리고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늘어나면 노동 현장에서 예술이 향유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문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 시키고 싶어요. 지금은 문화나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추상적으로만 이야기되고 있어요. 추상적인 부분이 구체화 되면 관련 논의가 더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해요.

그리고 개인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모아서 다양한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저희 주변에 예술인은 많아요. 하지만 개인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많아도 단체를 이루는 경우는 드물죠. 활동을 하려면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데, 혼자서 모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소수의 인원이라도 모여서 함께 활동한다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청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오늘날 청년들은 과거의 청년들보다 더 힘든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데요. 불과 10년 전, 제가 대학을 다닐 때랑 비교해봐도 공동체 문화가 약해졌다고 느껴져요. 자신의 일을 하기도 바쁘겠지만, 주변에 있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문화, 예술은 특정인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의 일상에 녹아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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