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우리학교는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였다. “부산대를 부산대답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지역 거점국립대의 맹주로서 위상을 되찾고, 수도권 대학과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동북아 시대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제시한 현 총장과 새로운 보직자들이 본부를 구성하고 학교 운영에 들어간 지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열심히 준비했던 공약들을 힘차게 추진하기보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비상대책 수립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당혹스럽고 매우 난감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4단계 BK21사업에 36개의 교육연구단 선정되어 전국 2위의 성적을 거둔 것과 부마민주항쟁 기념관의 교내 유치를 확정하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룬 것은 부산대 구성원으로서 함께 축하할 일이다.

새로운 총장 취임과 함께 본부 조직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교육혁신처와 연구처의 신설이 그것이다. 대입 학령인구 감소로 이제 곧 한국 대학 사회에 불어닥칠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대학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폐단을 척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거점국립대라 하더라도 존폐의 갈림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신설된 조직이 교육혁신처와 연구처일 것인데 아직 그 존재감이 없다. 아마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기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한 응급처치 격의 대책 마련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의 위력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응급 대책 수준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앞에 놓인 냉엄한 현실은 실로 무섭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입정원 미달은 가속화될 것이며,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는 교육 비용 지출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졸업생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며, 향후 R&D 예산의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교육방식의 확산과 온라인 교육 콘텐츠의 무분별한 생산은 대학 교육의 내용과 형식 자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 엄중한 현실 앞에 대학의 양대 중추 기능인 교육과 연구를 위한 새로운 본부 부처가 신설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모르긴 해도 분골쇄신의 심정으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이 큰 위기를 돌파할 혁신적인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 코로나로 지친 대학 구성원들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혁신이 새로운 제도로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간 대학의 본질을 침해했던 각종 폐단의 척결이 혁신의 시작이어야 한다. 진리 추구를 가로막고 무의미한 경쟁만을 부추겼던 각종 상대평가제도와 성과주의 정책들은 과감히 폐지하고, 기초학문 보호와 첨단연구 육성을 통해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차정인 총장과 본부 보직자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코로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였지만,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위기이다. 이는 코로나가 대학 혁신을 위한 길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지만, 이로 인한 어려움은 모든 대학이 동일한 상수라는 말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대학 교육과 연구의 혁신, 지금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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