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바로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의 생일입니다. 날개 색이 굴뚝 색과 비슷해 굴뚝나비, 날개 아랫면에 파도 무늬를 가지고 있어 물결나비… 모두 석주명 선생이 직접 지은 아름다운 나비 이름이라고 하네요. 나비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던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1908년 10월 17일 평양에서 태어난 석주명 선생은 일본의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이후 조선으로 돌아와 개성 송도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본격적인 나비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그가 연구를 위해 채집한 나비 표본은 75만 개체에 이른다고 합니다. 석주명 선생은 이렇게 많은 표본을 연구해 ‘변이곡선 이론’을 주장했는데요. ‘변이곡선 이론’은 가장 작은 나비부터 가장 큰 나비까지 크기가 조금씩 다른 것이 계속 나타나면, 그것은 크기만 다를 뿐 같은 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같은 종인데도 크기가 다르면 새로운 종으로 발표하는 일이 많았지만, 석주명 선생의 ‘변이곡선 이론’을 통해 전부 같은 개체임이 밝혀졌습니다. 이어 그는 외국 학자들이 잘못 분류한 학명 844개를 삭제하고 조선 나비를 248종으로 분류해냈습니다.

석주명 선생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조선산 접류(나비) 총목록>을 출간했는데요. 전례 없던 명확한 나비 개체 분류에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광복 후에도 그는 국립 과학박물관 동물학 연구부장 자리에서 나비 연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석주명 선생은 한국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서울에서 연구 자료를 지켰지만, 안타깝게 전쟁 도중 횡사했습니다.

그의 연구는 분류학을 견고히 했다는 면에서 큰 의의를 가집니다. <석주명 평전>을 쓴 여주시립 폰박물관 이병철 관장은 “분류학을 중요치 않게 여기는 학자들도 많지만 생물학의 기초인 분류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며 “석주명 선생 덕분에 한국의 생물학은 역사적 근거를 가지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인이 멸시받던 일제강점기, 석주명 선생은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지켰습니다. 일본에서도 칭송받는 학자였던 그는 창씨개명 하지 않은 채 세계에 명성을 날렸는데요. 외신에 실리는 ‘석주명’ 세 글자만으로도 조선 사람들의 가슴은 벅차올랐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석주명 선생의 생일을 기념해 우리 민족의 자랑이었던 나비 박사를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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