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반려인 시대에 갈 길 먼 반려동물 장례 문화

   A씨는  어릴 때부터 함께하던 반려견 ‘뭉치’를 최근 떠나보냈다. 때론 가족이나 친구보다도 위안이 돼 주던 뭉치가 매 순간 그립다. 하지만 법에 따라 뭉치를 쓰레기봉투에 버린 것이 무엇보다도 마음이 아프다.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찾으려 했지만, A씨가 거주하는 제주도엔 없었다. 타지역까지 가기 위해 동물 사체를 가지고 비행기나 배를 타는 것을 알아보았으나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A씨는 자신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뭉치를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속상했다. A씨는 뭉치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만 생각나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움을 느꼈다. 
   B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햄스터 ‘소바’를 길렀다. 소바와 함께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정이 들었다. 휴대폰, 노트북 배경화면도 소바 사진으로 해둘 만큼 소바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랬던 소바가 지난달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소바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어 여자친구와 함께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찾았다. 유골을 압축해서 구슬처럼 만들어주는 곳이다. B씨가 거주하는 서울엔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없어 경기도 외곽까지 찾아갔다. 소바의 마지막을 위해 하루 휴가를 내야 했지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B씨는 꼬박 하루 동안 소바의 마지막을 지켰다. 집에 돌아와 소바의 유골을 예쁜 상자에 담고, 책장에 올려뒀다. 소바가 떠난 슬픔이 크지만, 유골함을 바라볼 때마다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됐다.

 

국내 반려인·반려동물의 수가 나날이 늘어나며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뤄주기 위한 시설은 모자란 상황이다. 까다로운 건축·영업 규제와 혐오 시설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 반려동물 장묘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을 종량제 봉투에
“상상조차 하기 싫다”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가 대두된 것은 기존 반려동물의 사후 처리 방식에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에 의하면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생활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이 외에는 반려동물 사체를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식들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반려인·반려동물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생활 쓰레기나 의료폐기물로 간주하는 방식에 대한 반감이 생긴 것이다. 김우영(해운대구, 24)씨는 “반려견 ‘호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함께 지내온 가족 그 자체”라며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반려인의 정서적인 측면에까지 악영향을 준다. 반려인의 ‘펫로스 증후군’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반려인은 반려동물의 사망 후 우울증과 유사한 펫로스 증후군을 앓게 된다. 오가영(원광대 반려동물산업학) 교수는 “반려동물의 사체를 쓰레기봉투 등으로 처리하는 것은 반려인이 겪는 상실감에 커다란 죄책감을 더한다”라며 “펫로스 증후군의 고통을 증폭시키고 회복을 늦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의 사체를 인근의 야산이나 토지 등에 매장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는 <폐기물관리법> 제8조에 따라 엄연한 불법 행위다. 동물의 사체를 폐기물 수집 장소 외에 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장례 문화
이별까지 가족처럼

이에 반려동물 사후 처리 방안으로써 반려동물의 화장 및 장례 절차가 떠오르고 있다. 많은 반려인이 장례식을 통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길 원하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18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300명 중 55.7%가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반려동물 장례업체 파트라슈의 박희복 실장은 “반려동물의 죽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라며 “반려동물의 장례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는 반려인의 정서적인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펫로스 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수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가 필요하다. 반려동물 장례업체 펫로스케어의 조중헌 대표는 “장례를 통해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반려동물과 작별인사를 할 수 있다”라며 “충분한 추모와 이별의 시간이 반려인의 죄책감과 상실감을 줄인다”라고 말했다.

 

개업까지 첩첩산중
장묘시설의 서러움

하지만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부산 지역에 등록된 반려동물 장묘업체는 단 1곳에 불과하며, 올해 기장 지역에 건립 예정이었던 2곳의 동물장묘시설마저 개업이 지연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도 반려동물 장묘업체는 49곳뿐이다. 반려동물의 사망 수에 비해 반려동물 장려시설이 부족한 것이다. <동물장묘시설의 신설에 관한 행정규제의 쟁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매년 1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사망한다. 한 곳의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일일 5.6번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장묘시설이 하루동안 치를 수 있는 장례는 3~5회 수준이다. 

장묘시설이 부족한 이유로 정식 허가의 어려움이 지적된다. 현재 동물장묘업을 정식으로 등록·운영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허가를 받기 까다로운 탓에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짓는 일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장묘업의 등록 △건축법상 건축물 용도변경 △폐기물 관리법상 폐기물 처리 시설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조중헌 대표는 “특히 건축 관련 허가를 위해 건축물 용도에 맞는 부지를 찾기 힘들며 지자체가 건축허가를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라며 “이 탓에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소송을 하는 등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라고 전했다.

장묘시설을 혐오 시설로 인식하는 경향도 장묘시설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다. 지역민들이 위화감 조성이나 환경 오염을 근거로 장묘시설의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다. 조중헌 대표는 “펫로스케어 또한 건립 당시 주민들이 지자체의 시장실을 점거할 정도로 극렬한 반대가 있었다”라며 “지역민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지자체의 업무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부산·영남지부 탁지훈 본부장은 “반려동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과 장례를 치러주는 것 중 무엇이 정말 혐오스러운 일인지 판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불법 장묘업체 기승
근본적 해결이 필요해

이같은 반려동물 장묘업체 건립·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불법 장묘업체가 나타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반려 동물 장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반려 동물 장묘시설은 부족한 상황을 악용한 것이다. 대부분의 불법 장묘업체는 허가된 화장시설이 아닌 개조된 승합차를 이용해 동물의 사체 운송 및 화장을 하고 있다. 불법 영업소에 대한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불법 장묘업체들은 △유골 바꾸기 △합의하지 않은 단체 화장 △과잉 요금 △현금 결제 강요 등의 피해를 준다. 조중헌 대표는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들이 반려인들의 슬픔을 이용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영업으로 인해 장례과정이 소홀해 지기도 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법업체가 등장한 이유는 개인 사업자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규제와 사회적 반대다. 결국 정식으로 허가받는 반려동물 장묘업체의 수는 적을 수 밖에 없고, 불법 업체는 되려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웅종(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동물장묘업에 대한 행정규제 및 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공립 동물장묘시설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중요한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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