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선이 가린 푸른 하늘을 찾을 수 있을까

부산의 맑은 하늘이 공중선으로 어둡게 덮혔다. 우리 학교 주변도 마찬가지다. 도심 미관을 해치는 공중선은 사람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하늘을 가린 공중선,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까?

전파 전달을 위해 지면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매다는 전력선과 통신선들을 공중선이라고 한다. 이러한 공중선은 여러 위험을 야기하지만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예산이 부족해 공중선 정비에 차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관도 해치고 사람도 해친다

공중선의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미관을 해친다는 점이다. 공중선이 도로를 횡단해 건물과 건물을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근처에 거주 중인 A씨는 “전선줄이 여기저기 늘어져서 흔들리는 모습이 어수선하고 너저분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중선 간의 거리가 좁거나 공중선이 지면과 가까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건물과 가까운 공중선으로 인해 감전 위험성이 높아진다”라며 “공중선이 주거 시설에 인접해있을 경우 전자파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공중선뿐만 아니라 공중선 정비를 위해 설치되는 전신주 역시 문제다. 도로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전신주가 도로의 사용 폭을 줄이고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준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거나 사람을 구조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긴급 상황에서 빠르게 대피하는 데도 방해된다. 전신주에 다량의 공중선이 걸려 있는 것도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다량의 전선이 설치돼 있거나 전선을 설비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전신주가 기울거나 붕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뒤덮은 선들은
땅 밑으로

공중선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지중화 사업이다. 지중화 사업은 전신주와 통신주를 제거하고 전선과 각종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행자의 통행 공간이 확보되고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 교수는 “지중화 사업을 제외하고서 공중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고 지중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중화 사업의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2016년 부산광역시청(이하 부산시청)은 지중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당시 부산시청은 지중화 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주요 간선도로변 전선 지중화율을 35%에서 2030년안에 60%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스터플랜의 계획과는 다르게 부산광역시의 지중화 사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청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중앙부처의 계획과는 다르게 실제 사업이 진행될 때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라며 “목표한 시일 내에 전선 지중화율을 맞추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중화로 가는 가시밭길

지중화 사업의 진행이 더딘 이유로, 준비 단계에서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의 전선을 새롭게 교체하는 경우에 는 관련 주민 모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부산시청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지중화 사업으로 전선을 교체할 경우 해당 가구의 소유자들에게 모두 동의를 구해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모돼 사업이 진행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예산 부족이 지중화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지중화 사업은 작은 범위에 진행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도로 전 구역에 걸쳐 굴착을 하게 돼 다시 도로를 포장하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공사비를 1대1로 부담하지만 지자체는 그마저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부산시청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지중화 사업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라며 “700m 간선도로에  60억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등 예산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자체가 예산 문제를 겪으면서 한전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 김현영 대리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제공해줘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라며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한정된 재원에 맞춰 선별적으로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차례

지중화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지자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한전이 심사를 통해 절반의 금액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지중화 사업 비용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지중화율 차이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발표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서울(89.6%), 인천(72.8%)는 지중화율이 높았지만, △충남(1.3%) △경북(1.3%) △강원(1.8%)의 지중화율은 1%를 겨우 웃돌았다. 부산의 지중화율은 46.6%이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지중화 사업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전선 지중화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지역마다 사업비 부담 비율을 다르게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전과 1대1로 부담하고 있는 사업비 부담 비율을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부산시청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사업비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라며 “예산 부담이 덜어지면 지중화 사업도 한층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