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바뀌는 교육과정 중 가장 많이 바뀌는 교과목은 단연 교양필수이다. 대학생이라면 전공 불문 학년 불문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인 교양필수. △열린사고와표현 △고전읽기와토론 △대학실용영어Ⅰ·Ⅱ·고급 △컴퓨팅사고 △기초컴퓨터프로그래밍으로 이뤄진 2017년 교육과정은 올해로 마지막이다. 4년간 운영된 교양필수를 학생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부대신문>이 2017년 교육과정 대상인 17학번부터 20학번까지 8명의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한 학생은 일반 학생과 구분하기 위해 응답자로 기재한다.

이수는 2학점
하는 건  사(死)학점?

열린사고와표현(이하 열사표)과 고전읽기와토론(이하 고토)은 많은 응답자가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공 수업 때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발표와 토론을 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교과목에 비해 가장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먼저 응답자들은 다른 교과목에 비해 열사표와 고토에 일명 ‘쏠림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 두 과목은 과제, 조별 모임 등 해야 하는 활동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고토에는 ‘고전 읽고 토하기’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과제를 덜 내주는, 조별모임이 없는 강의를 찾아 나선다. 이렇다 보니 비교적 활동량이 적은 커리큘럼을 구성한 교원의 강의는 수강 신청 경쟁률이 높다. 이 탓에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다음 학기를 기약하는 경우도 생긴다.

요구하는 학습 활동량이 많은 만큼, 학생들이 성취감을 얻기 위해선 평가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미옥(고분자공학 20) 씨는 “시간 투자를 많이 했어도 적은 점수 차로 학점이 나뉘다 보니, 교양을 쌓기 위한 수업이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라며 “다른 교양필수처럼 준상대평가나 P/F 방식으로 성적을 매겼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제안했다.

열사표와 고토의 운영 방식이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두 수업 모두 토론을 진행하는 탓에 학생들 입장에선 수업 내용이 겹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고토에서 고전 읽기와 토론에 치중한다면 열사표에선 글쓰기와 말하기에 중점을 두어 명확한 차이점을 보여야 한다고도 한다.

또한 토론 준비에만 몰두해 논제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활동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점에서 교재의 활용이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열사표의 경우 지정된 교재 속에 글 쓰고 토론하는 방법과 함께 다양한 사안에 대한 글이 있다. 하지만 방법론적인 부분 외에는 수업 시간에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정현정(지질환경과학 17) 씨는 “토론 준비에 바빴다”며 “다양한 주제와 읽을거리가 많은 교재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 ‘실용’은 없고 
‘영어’만 있을 뿐

많은 응답자가 대학실용영어(이하 대실영) Ⅰ·Ⅱ·고급이 기초적인 영어 지식에 머무른다고 답했다. 안수지(사회학 18) 씨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주입식 교육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문법과 영어표현 교육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서, 단순히 알고 있는 영어 지식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이다. 또한 온라인으로 시청해야 하는 한국인 교원의 수업이 무의미하다고도 느꼈다. 온라인 수업이 교수가 단지 글을 읽고 설명하는 것에 불과해, ‘원문 하나를 알아간다’ 외에 익힐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서영(미생물학 19) 씨는 “현장 강의보다 온라인강의는 지루하고,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대실영이 지금보다 더 회화 위주로 바뀌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영어의 기초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용적인 영어를 배우기 위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의 현장에서 교원과 학생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구지원(화학교육 20) 씨는 “평소 원어민과 영어로 소통하는 기회가 적기에, 형식적인 수업보다 실제 원어민 교원과 토론하고 말하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수업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업시간 100분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강의하고 마치는 강의들이 있어서다. 허윤주(정치외교학 19) 씨는 “수업을 일찍 마치는 게 장점이 될 순 있지만, 영어 실력을 기르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내가 이걸 왜 듣고 있지” 
의문만 남는 코딩 수업

컴퓨팅사고(이하 컴사)와 기초컴퓨터프로그래밍(이하 기컴프)에선 모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접해보지 못한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배워서이다. 특히 응답자들은 코딩 교육이 ‘받아쓰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밝혔다. 정현정 씨는 “강의 시간 안에 특정 과제를 제출해야 해서, 배운다기보다 내용을 따라가기에 급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에서 코딩을 다루지 않을 경우,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도연(무역학 18) 씨는 “문과생으로선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아 흥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해보다는 시험에 나올 내용을 암기하는 데 그쳤다”라고 답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코딩보다는 워드, 엑셀 등 사회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배우면 좋겠다는 말이 돈다고 한다.

한편으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코딩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라는 평도 있었다. 더불어 전공에서 코딩을 활용할 경우 기초적인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안예원(경영학 17) 씨는 경영학과 전공선택 ‘빅데이터 분석과 정보기술’에서 기컴프의 덕을 봤다고 말한다. 그는 “기컴프에서 기초를 다진 덕분에 전공 선택을 수월하게 들을 수 있었다.”라며 “이런 식으로 기컴프에서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내용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로 수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필수인 교양
제대로 쌓으려면

교과목 별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지만, 응답자 모두 교양필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양필수에서 경험한 것들이 전공 공부나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도움 된다는 지점에서였다. 구지원 씨는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왔을 때, 좁은 물길을 지나쳐 넓은 바다에 온 듯한 막막함이 들었다”라며 “그때 교양필수 덕분에 대학 공부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였다. 응답자들 대부분이 △천차만별인 커리큘럼과 채점 기준 △고루한 강의 방식 △낮은 학점에 비해 많은 과제물 등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안예원 씨는 “우선 해결해야 할 사항은 커리큘럼과 채점기준의 통일”이라며 “더불어 형식적인 활동 외에 대학생활에 유용한 활동으로 구성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1학기 만에 각 교과목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무리라는 시각도 있었다. 허윤주 씨는 “한 학기 동안 기초적인 내용만 훑는 것도 힘들다”라며 “학생 스스로가 거창한 목표를 세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역량을 기르는 것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커리큘럼 외에 부족한 강의 분반도 문제로 꼽혔다. 교양필수는 수강신청 애로사항 1위로 여겨진다. 1학년 때 수강하길 권하지만, 사정상 제때 듣지 못한 인원이 생겨서다. 이 때문에 졸업의 필수 요건인 만큼 분반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도연 씨는 “고토를 매 학기, 계절학기 마다 수강 신청하는 데 실패해서 3학년이 되어 겨우 수강했다”라며 “분반도 늘리고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채점기준으로 수강 신청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개편 앞둔 교양필수
불만사항 잠재울 수 있을까

이 같은 교양필수 과목은 교양교육원이 전담한다. 지난 6일 만난 교양교육원 김승룡(한문학) 원장은 2021년 교육과정 개편을 앞두고 원장 자리에 취임했다. 김승룡 원장은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알고 있다며 “고토가 고통받고 토하기라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교양필수 개편사항을 묻자 그는 ‘내실화’에 방점을 찍었다. 10월 중순에 교양교육원은 2021년 교육과정의 개편 방향을 발표한다. 과연 이번에 바뀌는 교양필수는 학생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을까. 이후의 시리즈 기사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