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4-H운동본부 청년부 문상찬 회장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괭이질을 하고 밭을 일구는 사람. 우리는 흔히 농부를 이렇게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고정관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농업이 고되고 힘들기만 하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초보 농부 문상찬 씨. 매일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부대신문>이 만나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올해로 4년차 초보 농부 문상찬입니다. 현재 부산 4-H운동본부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떻게 농업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제가 하던 일에 회의를 느끼고 미래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런데 밝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그 찰나에 농업에 종사하시던 아버지에게 농업을 배워보기로 결정했어요. 그 당시에 다른 청년 농부들도 하나둘 유입되면서 제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었어요. 현재는 그들과 고충을 나누며 즐겁게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농업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농업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타인과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죠. 또한 이전에는 일을 하더라도 큰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농업은 일하는 만큼 뚜렷한 성과물이 보이기 때문에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 자신에게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직장처럼 정해진 일과가 없어 저만의 시간을 가지기 쉬웠던 것 같아요. 

 

△농업을 하는 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농업 기술과 관련해 아버지와의 의견대립이 생겨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데에서 생겨난 갈등이었어요. 현대의 농업은 기계적,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해요. 새로운 것이 더 쉬운데도 더 어렵고 힘든 것이라 생각하죠. 그들에게는 예전의 방식이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지난 4년 간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연로하신 분들을 위해 진행했던 방제작업 봉사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좋은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병충해를 없애기 위한 방제작업이 필수에요. 이 작업을 위해서는 호스를 이용해 약을 뿌려야 해요. 하지만 연로하신 분들은 약을 뿌리는 호스에서 생기는 압력을 힘들어하죠. 그래서 제가 속한 영농단이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드론 방제작업을 진행했어요. 농촌은 젊은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을 도울 수 있어 기분이 좋더라고요. 

 

△현재 직책을 맡고 있는 4-H운동본부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제가 속한 청년 농업인 4-H운동본부의 경우 청년 농부와 농업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1년에 한 번 도시농업 박람회에 참여해 부스를 차리고 간단한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선물로 주거나 판매하기도 해요. 또한 소속 청년 농부들이 다른 지역으로 견학을 가서 선진 농업을 배워와 부산 농업활동에 접목시키기도 해요. 이밖에도 봉사활동을 가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는 작년 서면에서 진행했던 사진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청년 농부와 농업을 알리기 위해 개최했던 사진전이죠. 청년 농부들이 농촌에서 활동하는 일상을 담아 사진전으로 기획했어요. 일반 시민들에게 부산의 젊은 농부들이 농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일반 시민들에게 청년 농부와 농업을 계속해서 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농업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막기 위해 젊은 농부들이 농업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거죠.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농업에 대해 가지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어요. 농업은 힘들고 고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소로 밭을 일구고, 괭이질을 하는 등 힘들게 몸만 쓰는 작업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지금의 농업은 많이 발전했어요. 그 과정 속에서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이를 알리면서 청년 농부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어요. 제가 처음 단체에 가입했던 때에는 청년 농부가 10명뿐이었어요. 4년이 지난 지금은 30명 정도의 청년 농부들이 모였어요. 4-H운동본부의 꾸준한 홍보와 활동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해요. 

 

△농업 활동에 있어 청년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농업인 수가 점점 줄고 있어요. 더군다나 지금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편이에요.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농업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농업은 먹거리와 직결돼요. 농업이 사라지면 먹거리가 사라지는 거죠.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농업을 지켜야 해요. 이는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최근에는 귀농 귀촌을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 농업을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농업을 접목시킨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어요. 그들은 농업을 단순히 생산만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공과 서비스까지 연계될 수 있는 산업이라 생각하고 있죠. 이렇게 생각을 확장시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은 대부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어요. 마침 농촌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죠. 물론 소신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취업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귀농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하고 있는데요. 

농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농업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거죠. 사회적으로도 농업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농업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점도 원인이라 생각해요. 대부분은 농업을 힘들고, 얼굴도 타고, 고생하고, 돈도 벌지 못한다고 생각하죠. 옛말에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지어야지’라는 말이 있잖아요?그런 말에서 생긴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거죠.

 

△그렇다면 귀농을 시작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요?

영농 후계자가 아닌 사람들은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시작해야 돼요. 농업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에요. 농부마다 온도 조절이나 생육 과정 속에서 물을 주는 주기 등 노하우가 제각기죠.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 식물을 키울 때에도 똑같이 진단하고 알맞은 처리를 해야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농촌은 폐쇄적이에요.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지 않아요. 밥그릇 싸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외부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농업 기술을 배우기 어려운 편이죠. 
  

△그러한 어려움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농업기술센터나 지자체 등의 역할이 중요해요. 농업에 종사하던 기존의 사람들과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 간의 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돼요. 소통이 많이 이뤄져야 서로간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어려움도 자연스레 해결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농기구, 자재, 설비 등의 지원이 필요해요. 농업을 시작할 때는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해요. 앞서 말한 것들에 대한 지출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죠. 이러한 부분들을 새롭게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농업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시작하면 안돼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 시작해야 돼요.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시작하면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또한 농업이 고되고 힘든 거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재 농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어요. 굉장히 유망한 사업이라 생각할 수 있어요.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고, 농업을 시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스마트한 농장을 꾸미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외부인들이 제 농장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제 농장을 체험하면서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친근하고 스마트한 팜을 만들어 운영하다보면 농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4-H 운동본부의 활동도 지속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예정이에요.

토마토 밭에 물을 주고 있는 문상찬 씨의 모습
토마토 밭에 물을 주고 있는 문상찬 씨의 모습
4-h 운동본부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농업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4-h 운동본부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농업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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