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
          (감독  김초희| 2019)

영화가 시작되자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보인다. 술게임이라도 하듯 그들은 서로를 손가락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 순간 술을 마시던 한 명의 중년 남성이 사람들의 지목을 당한다. 우연찮게도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장난일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진다.  화면이 전환되고 술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찬실(강말금 분). 영화 제목만 보면 항상 웃고 있어야 할 그는 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유망한 독립영화 프로듀서인 찬실은 영화 제목과 다르게 지지리도 복이 없다. 앞서 말한 장면은 그가 맡은 영화의 성공을 기원하던 회식 자리. 찬실은 그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감독이 사망해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만다. 이후 어느 산동네에 세 들어 살게 된 찬실은 돈이 없어 친한 배우의 집에서 도우미 일을 하게 된다. 그는 이런 자신을 위로하던 남자를 사랑하게 됐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불행 속에 찬실은 꿈을 향한 자신의 열정마저 의심하게 된다. 새로운 꿈을 찾아보려 하지만 그는 이미 마흔 살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영화는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의 조건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린다. 좋은 집과 많은 돈, 행복한 사랑. 결국에는 꿈을 향한 열정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이어 영화는 찬실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인기 배우 소피(윤승아 분)는 연기를 못한다며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도 불어나 춤을 배운다. 찬실이 세 들어 사는 집주인 할머니 복실(윤여정 분)은 뒤늦게서야 한글을 배우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간다. 찬실의 고백을 거절한 영화감독 김영(배유람 분)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허무함을 채워나간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찬실은 그러지 못했다. 영화 제작자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정작 그는 그 꿈을 원했던 적이 없었다. 단지 꿈을 찾아야만 했고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10년간 일만하며 사랑을 못해본 찬실은 자신을 위로하던 영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잠시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사랑이었다. 이처럼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원했던 것을 찾아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이를 깨닫게 된다. 

찬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끊임없이 되묻는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하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찬실과 그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천천히 깨닫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꿈에 관한 고민을 끝마치고 태연하게 미소 짓는 찬실. “주2회만 일할 건데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알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찾게 된 찬실이 행복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집과 돈, 사랑 또는 젊음. 우리는 저마다 이들에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잃은 찬실이 다시 도전하는 이유를.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언제든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