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최가 2주 연기되면서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는 개막을 2주 연기해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오프라인으로 개최한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자 내린 조치다.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이 비슷한 상황에서 온라인 개최의 비중을 높인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에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출품작 감독 등 영화제 관계자들이 오프라인 상영만 동의한 상태다” 라며 “코로나19가 진정돼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더 많은 관객이 실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라고 말했다. 

영화제 규모도 대폭 축소된다. 우선 △개·폐막식 △레드카펫 행사 △야외무대 △오픈 토크 등의 부대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따라서 해외 감독과 관계자는 영화제에 초청하지 않을 예정이다. 예매 또한 현장 판매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이에 부국제 측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력한 방역과 안전 수칙을 지키며 영화 상영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상영작의 수도 크게 줄었다. 예년보다 약 100여 편이 적은 68개국 192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영관도 대폭 줄었다. 작년에는 해운대·장산 및 남포동 BIFF 광장 일대의 멀티플렉스까지 약 37개 안팎의 상영관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내 5개 상영관만 이용한다. 상영 횟수 또한 한 작품당 2~3회에서 1회로 줄어들었다. 만약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계속 유지된다면 실내 극장에는 50명 미만, 야외극장에는 100명 미만의 관객만 출입할 수 있다. 이 탓에 관객 수 역시 예년의 5% 규모인 1만 명 정도에 불과할 예정이다. 

이러한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객과 게스트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하는 데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관계자들은 오프라인 개최가 영화제의 정체성과 위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문관규(예술문화영상학) 교수는 “부국제 측의 의지와 정부의 방역 지침이 합쳐진 결과다”라며 “이번에 성공적으로 잘 개최한다면 전 세계 영화제의 개막과 운영에 새로운 방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축소가 아닌 영화제 취소의 가능성도 있다. 부국제 측은 1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추석 연휴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지속하거나 단계가 격상될 경우 영화제 개최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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