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장이 취임한 지도 4개월이 훌쩍 지났다. 새로 중책을 맡은 총장도, 새로 바뀐 보직자들도 지난 몇 달이 긴 세월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돌발 상황에서 수시로 바뀌고, 새로 떠오르는 난제를 해결하느라 이들은 과거의 보직자들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일상적 행정 업무 역시 먼발치에서 보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고 느끼면서, 업무 과부하와 제약 속에서 이상과 현실 간의 격차도 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업무에 익숙해지고 적응했다고 믿는 순간, 보직자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위험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보직이란 무엇인가?국립대라는 거대 조직의 크고 작은 행정부서를 책임지는 자리이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행정부서의 관행적 업무 관리자에 그치지 않고, 달리 해야 할 역할도 있다. 국립대는 공공기관이지 기업이 아니다. 이는 때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일단 사업이 시작되면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규정과 절차만 남는다. 백만 번 중 한번 발생할 수도 있는 예외를 막기 위해 규정과 절차는 더 촘촘해지고 서류, 영수증, 사유서, 회의만 늘어난다. 


행정 지상주의가 지배하다 보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병폐가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 업무에 오래 몸담을수록 문제점에 둔감해지기 쉽다. 새 보직자 역시 점차 기존 관행에 익숙해지는 동안, 사업의 존재 자체에 의문과 불만을 표하는 구성원이 늘어난다. 보직자는 이 불만을 단지 일부의 이기적 반응이거나, 행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투정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여기서 보직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발생한다. 기존의 사업을 큰 말썽 없이 처리하기 보다는 더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추진 방식이 필요하다고 많은 구성원은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점은 오직 행정 라인 바깥에 있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 이 중 다수는 건의와 비판, 교내 기구 참여를 통해 비판적 대안을 제기하고, 일부는 실제로 보직에 몸담기도 한다. 


보직자가 바뀔 때마다 구성원들은 이들이 기존의 불필요한 요식행위, 때로는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고쳐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상당수 보직자가 업무에 시달리면서 초심을 잃어버린다. 구성원의 문제 제기와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현상을 옹호하며, 구성원에게 냉소적인 자세로 바뀌는 사람도 있었다.


대통령제하에서 행정부는 직업 관료로 운영되지만, 부서 최고 책임자는 대개 정치인이다. 이들이 직업공무원만큼 행정 전문가일 리는 없다. 방어적이고 현상 유지적인 행정 업무에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더해주기를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현재 보직자들 역시 관행과 규정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관행에 파묻히지 말고 때로는 정치 예술적인 감각을 행정에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들도 언젠가 연구실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보직 시절을 돌이켜보면서 아쉬움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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