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계의 가려진 이면, 영사기 켜기도 어렵다

작년에 국내 영화 시장은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다.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하지만 독립 영화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독립 영화와 관객의 만남을 어렵게 하는 배급 시장의 상황 때문이다.

 

상업 영화는 웃고 
독립 영화는 울었다

국내 영화 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비해 독립 영화계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19 한국영화 산업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극장의 관객 수가 2억 2,668만 명, 극장 매출액이 1조 9,14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독립 영화계의 지표는 후퇴했다. 작년에 개봉한 독립·예술 영화는 2018년 496편에서 409편으로 줄었고, 전체 개봉작 대비 비율도 23.5%로 약 7p% 감소했다. 이에 작년 전체 관객 중 독립·예술 영화 관객의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5년 내 최저치다. 상업 영화 중심의 전체 영화 시장과 독립·예술 영화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한국 독립 영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긍정적인 지표도 있었다. 전체 독립·예술 영화 관객 수에서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2017년 21.7%, 2018년 12.9%에서 작년 35.7%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하지만 작년 한국 독립·예술 영화 관객 수의 40%가 <항거:유관순 이야기>라는 작품 한 편에 쏠려있어 독립 영화계의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

 

배급과 상영
하늘의 별 따기

이에 독립 영화를 배급·상영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국내 독립 영화계를 침체시키는 주요인으로 제시됐다. 사실 국내 독립 영화의 제작 편수는 2015년 973편에서 작년 1,368편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제작이 완료된 독립 영화들은 실제로 상영되기 어렵다. 영진위가 발표한 <[KOFIC 연구 2018-08] 한국 독립 영화·독립 영화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작에서 진행했던 배급 형태에 대해 288명 중 83%의 독립 영화인이 ‘영화제 상영’을 택했다. 즉 대다수 독립 영화가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후, 극장 개봉 등 정식적인 배급·상영을 목표로 하는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KOFIC 연구 2018-05] 독립영화 생태계 구조 분석 연구>에 따르면 여러 영화제에 출품된 연평균 약 1,400편의 독립 영화 중 실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약 18%(250편)에 불과하다. 즉 독립 영화를 만들더라도 80% 이상의 작품은 실질적인 배급·상영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제에 상영된 약 18%의 독립 영화조차 그 이후 배급·상영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극장 개봉 △온라인 배급 △TV 방영 등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과정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영화제에서 상영된 81편의 독립 영화 중 33편은 배급계약을 하지 못했고 45편이 극장 상영조차 하지 못했다. 필름다빈 백다빈 대표는 “영화제 출품작임에도 극장 개봉하는 것은 절반 이하다”라며 “개봉되는 영화도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가 참여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근본적 원인은 
수직계열화

이처럼 독립 영화의 배급·상영이 어려운 근본적 이유에 대해 국내 영화 산업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독과점이 언급됐다. 수직계열화란 영화 산업의 △제작(투자) △배급 △상영 과정이 특정 대기업 계열사의 주도로만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CGV를 운영하는 CJ의 경우 JK필름이라는 제작사와 CJ E&M이라는 투자·배급사를 통해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에 영화 산업의 독과점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영화 배급시장에서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라는 4대 배급사가 2019년 기준 한국영화 매출액의 약 80%를 차지했으며, 상영을 담당하는 3개 기업의 시장 집중도는 무려 97.2%(직영관·위탁관 매출액 합 기준)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은 전국 스크린 수의 약 93.7%를 차지했고 96.5%의 관객 점유율, 97.4%의 총 매출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관객들이 대형 멀티플렉스의 선택에 따라 특정 상업 영화만을 보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및 독과점 현상은 독립 영화계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57,949명으로 한국 독립 영화 관객 수 1위를 차지한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이었고, 203,667명으로 2위를 차지한 <안녕, 티라노:영원히 함께>는 NEW 배급이었다. 대형 배급사들이 독립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것이다. 이 탓에 독립 영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배급사들은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더욱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원도 배급사도 없다

지원 정책의 부족함도 원인이다. 독립 영화 배급·상영을 위한 지원 정책의 규모가 제작 측면보다 현저히 적은 것이다. 2018년 국내 기준 독립 영화 제작 지원 건수는 86건이었고 편당 제작지원금액 평균은 약 4,220만 원이었다. 이는 총 제작비 평균 금액의 약 77%다. 반면 배급에 대한 지원 건수는 27건에 불과했으며 편당 배급지원금액의 평균 또한 총 배급비 평균의 55% 수준이었다. 결국 배급지원을 받은 독립 영화인은 288명 중 22명으로 7.6%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영진위는 지난달 28일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를 개소하며 상황을 만회하려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와 비슷하게 시작했던 2011년 영진위의 배급 사업이 갑작스럽게 종료됐듯이 지속적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영화계 종사자 A씨는 “사실상 현재 독립 영화의 배급은 지원을 받냐 받지 않냐에 달려있다 해도 무방하다”라며 “실질적으로 체감 가능한 지속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독립 영화를 취급하는 배급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288명의 독립 영화인 중 약 57%가 제작 영화에 대한 배급사가 없다고 대답했다. 배급사가 없는 경우 약 70%가 배급의뢰조차 하지 못했다. 늘어가는 영화 제작자 및 편수에 비해 독립 영화를 취급하는 배급사 및 배급체계가 현저히 부족한 것이다.

 

척박한 상황
영화 도시도 예외 없다

부산에서도 독립 영화의 배급·상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국도예술관이 폐관하면서 부산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에는 총 8개의 독립·예술전용 상영관이 있지만 대부분이 대형 멀티플렉스가 운용하는 독립·예술 영화 상영관이다. CGV의 아트하우스나 롯데시네마의 아르떼가 8곳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독립·예술 영화관은 자사 제작·배급 영화를 위주로 상영하고 있다. 또한 해외 유명 감독의 예술영화를 주로 편성하기도 해 꾸준히 비판받고 있다. 이에 영화문화협동조합 씨네포크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상영관이 많아도 그 수가 멀티플렉스관에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 외 부산에서 독립 영화를 정기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이 전부다. 그러나 이조차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휴관하기도 했다. 결국 부산 시민들은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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