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노동 환경, 청년에게도 봄은 올까

코로나19로 청년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이에 <부대신문>이 청년이 겪는 노동 현실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살펴봤다. 
또한 청년과 노동을 주제로 모인 ‘청년노동좌담회’에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청년 취업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부산의 청년이 겪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 좁아진 부산 취업길

코로나19의 여파가 청년의 노동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2분기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13.3%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2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부산시의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침체가 장기화돼 제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청년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부산연구원 서옥순 연구위원은 “생산과 소비 활동이 어려워지다 보니 사업체는 비정규직인 사람과 경력이 적은 사람을 우선으로 감축시킨다”라며 “경력직을 추구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청년이 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이 예전부터 일자리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간 경기 침체로 부산의 전방산업인 자동차 산업과 조선 산업이 부진해지자 전방산업의 부품과 소재를 담당하는 기업도 영향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두 산업이 더욱 침체해 전반적으로 고용위축을 맞이한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신규채용을 계획한 기업이 10%가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 전종윤 조사역은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은 탓에,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욱 심각한 일자리 감소와 고용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의 청년들은 열악해진 노동환경을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하성호(금정구, 26) 씨는 “코로나19로 한동안 월급이 삭감됐다”라며 “주위 친구들도 연봉이 삭감되거나 일자리에서 해고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김형권(부산진구, 30)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강연을 진행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나 집단 모임이 모두 취소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국을 강타한 취업난

청년 취업난은 부산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7%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게다가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에 따르면 청년의 확장실업률은 25.6%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의 청년이 취업절벽의 현실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고용노동부가 7일에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8월 노동시장>에 따르면 지난 8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세 이하에서는 5만 9,000명, 30대는 5만 2,000명이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매달 5~6만 명이 감소하는 추세로 고용난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악화로 올해 하반기 대기업의 신규채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은 50.0%, 신규채용 ‘없음’이라 응답한 기업은 24.2%다. 대기업의 74.2%가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채용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서옥순 연구위원은 “구직난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있던 일자리마저 없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용 불안 속 
늘어난 단기 채용

코로나19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일자리는 감소한 대신, 기업들은 단기 채용의 형태로 청년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초단기 일자리는 고용 불안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제활동이 불확실해 기업이 안정적인 물량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단기 채용은 결국 고용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전종윤 조사관은 “특히 단기 공공 일자리 확대와 같은 부분은 순간의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단기 일자리가 정규직 일자리를 축소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상황에서 단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직의 형태로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옥순 연구위원은 “일자리가 부족해진 상황에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며 “단기 일자리만 있는 것은 문제지만, 청년들의 숨통을 트이기 위해서는 단기 일자리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단기 일자리의 예시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구제하고자 부산시에서 시행한 청년 일자리 사업을 들 수 있다. 1차 사업에서는 공적 마스크를 배분하는 아르바이트생을,  2차에서는 단기적인 아르바이트에 해당하는 긴급민생지원금 지급 보조를 위한 연수생을 뽑았다. 

그러나 청년들은 단기 일자리는 커녕 이러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는 이지이(사하구, 20) 씨는 “코로나로 인해 아르바이트생이 감축되었다”라며 “나도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두렵다”라고 말했다. 소규모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수경(한문학 18) 씨도 “가게에 손님이 없어 3주간 휴무로 있는 상황”이라며 “일을 갑작스럽게 못 하다 보니 힘들다”라고 전했다. 

노동 환경·산업구조
바뀌어야

청년들은 새로운 일자리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권 씨는 “현재 부산시에서 청년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제도는 대부분 창업에 치중돼 아쉽다”라며 “창업도 좋지만 코로나19의 상황에 맞는 지역형 일자리가 더욱 창출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소희(중어중문학 19) 씨는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않는 가게들을 조사해 국가가 지원했으면 좋겠다”라며 “경영난으로 잘렸던 아르바이트생을 다시 구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전종윤 조사역은 “부산지역의 특징인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항공 △드론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신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분야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은 물류와 금융의 도시인 만큼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가 이뤄진다면 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동남경제연구원 정승진 수석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가 맞물려 비대면 서비스를 포함한 IT산업이 더욱 중요해졌다”라며 “IT산업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한다면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노동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청년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사업체들의 노동 환경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옥순 연구위원은 “노동 환경이 변화돼야 사업체와 청년 간 일자리 매칭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지역자치단체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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