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지방,학생 없는 학교

  지방대학의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입시생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여전하고, 2019년 대비 2020년의 학령인구는 8만 명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그 직격탄이 지방대를 향하리라 전망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당장 2024년부터 85곳의 지방대학이 신입생 정원을 70%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지방대는 살아남기 위해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 이처럼 산적한 문제 속에서 지방대학들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하다. 많은 학생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지역에 있던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지방 대학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여러 정책을 통해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을 완화시키려고 하지만 그 효과는 미비한 상황이다.

인서울이 목표인 이유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 대학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작년 시장조사전문기업 트렌드 모니터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설문조사 한 결과, 대학의 인지도가 50.9%로 과반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명문대 여부(35.9%), 향후 대학의 비전(35.3%) 순으로 높게 나왔다. 학생들에게는 대학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항공대 남형주(무은재학 20) 씨는 “대학입시를 준비 할 때 유명한 대학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수도권 대학에도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대학의 인지도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여전히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6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는 의견이 65.3%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중 53.8%가 학벌주의에 대한 전망은 큰 변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서연(울산시, 19) 씨는 “일부 기성세대에게서 아직 학벌주의가 남아 있음을 느낀다”라며 “학벌로 인해 무시당하기 싫어서 수도권 대학을 지망하는 경우도 봤다”라고 말했다.

 

지방 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원인 중 하나다. 1980년대부터 대학 설립이 늘어났고,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 정책이 시행되며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어났다. 다만 수도권에선 신규대학 설립 및 정원 증원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해 대학이 늘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제한이 없던 지방에서는 무분별하게 대학이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부실대학도 많이 발생했다. 일부 부실대학과 그로 인한 교육 질 저하 문제가 모든 지방대학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끔 만든 것이다. 이진우(금정구, 17) 씨는 “지방대학을 지잡대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자주 듣는다”라며 “이 때문인지 지방에 사는 학생들도 지방에 있는 대학에 진학 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불균형한 일자리 분포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노동 조건을 가진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수도권으로 진학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실시한 ‘지역의 일자리 질과 사회경제적 불평등’ 조사에서 △고소득자 △고학력자 △고숙련자 비중을 통해 일자리 질 지수를 만들어 지방자치단체별로 비교했다. 그 결과 일자리 질 지수가 높은 상위 39개 시군구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있었다. 특히 서울은 19개로 과반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2015년 취직자 중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 비중은 서울이 55.1%로 제일 높았고, 제일 낮은 지역은 전남으로 25.9%였다. 취직을 준비 중인 A(연제구,27) 씨는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라며 “지방에선 일자리도 적고 근무 조건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 수도권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재정 지원도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에 집중돼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중앙부처 고등교육 재정지원 대학별 현황’에 따르면 대학당 지원액은 수도권 394억 원, 비수도권 320억 원으로 수도권이 더 많은 금액을 지원받았다. 대학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재정지원에서 지방대학이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을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인 평가를 통해 지원했다”라며 “그러다 보니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됐다”라고 전했다. 

 

‘지방대학 살리기’나선 정부

정부는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대학에 여러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 △대학자율역량강화사업(ACE+)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국립대학육성사업 △BK21+사업 등이 그 예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대학에 예산을 지원해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국립대학육성사업을 담당하는 김보경(식품영약학) 교수는 “국립대육성사업을 통해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지원받은 예산을 통해 자체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수도권에 몰려있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 시켜 지역 일자리 창출하려는 대안도 제시됐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18조에 따라 공공기관은 단계적으로 지방에 있는 혁신도시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까지 지방 이전을 한 공공기관은 109개로 △공기업 18개 △준정부기관 47개 △기타공공기관 44개다. 또한 지방 청년들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 지역인재 할당제를 만들었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연간 신규채용 인원의 35% 이상을 해당 지역 대학 출신을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 제도도 학벌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한 대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블라인드 채용 제도에선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서 △출신 지역 △가족관계 △학력 등에 대한 부분을 적을 수 없다. 면접에서도 응시자에게 인적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한다. 시험과 같은 객관적 요소로만 평가해 출신대학으로 인한 차별을 줄이기 위함이다. 

여전한  서울권 대학 공화국

하지만 이런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학알리미의 ‘신입생 충원현황’에 따르면 2020학년도 수도권의 경쟁률은 12.68:1로 비수도권 지역의 경쟁률인 6.57:1 에비해 여전히 높다.

그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만 18세의 인구는 약 56만 명이지만, 5년 뒤 만 18세의 인구는 약 45만 명으로 대폭 감소한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학생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는 특히 지방대학에 큰 타격을 준다. 종로하늘교육에 따르면 2020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하위권 대학 50곳 중 80%가 지방대학였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을 줄이기 위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대학 황폐화는 물론이고, 지방에서 지내는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렬(계명대 사회학)교수는 “현재 지방 청년들은 삶의 정서나 감정의 구조가 수도권 청년들과 다르다”라며 “지방 청년들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해 자신에게 낮은 기대를 하게 되고 경쟁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지역자치단체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한성(유기소재시스템공학) 교수는 “현재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라며 “정부와 지역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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