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이는 악기들, 부산 인디 음악계의 현황

  대중음악계에서 인디 음악은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한다. 특히 지역 인디 음악계의 위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부산 인디 음악계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우리 학교 앞, 30년 가까이 인디 음악인들의 둥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람회의 그림·인터플레이 클럽의 대표(익명)다. 부산 인디 음악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 <부대신문>이 직접 그를 만나봤다.

 

△소개를 부탁한다.

부산대 앞에서 1993년부터 ‘전람회의 그림’을, 2001년부터 ‘인터플레이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곳의 역사가 깊다. 배경이 궁금하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전람회의 그림 같이 카페에서 공연을 펼치는 문화 공간이 드물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이후,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공연형 카페가 많이 생겨나자 전람회의 그림이 점차 더 유명해졌다. 확실하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많이들 원조라고 말해주더라. 한편 90년대 후반부터 델리스파이스, 크라잉넛 등의 인디 밴드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본격적으로 인디 밴드 문화가 나타났다. 이때 즈음 부산대 근방에도 라이브 연주, 스탠딩 관람 등의 공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인터플레이클럽도 시작했다. 이제는 아저씨가 된 졸업생들이 가끔 찾아와서는 부산대 앞이 다 변해도 이곳들만은 여전하다며 반가워하기도 한다.

 

△부산 인디 음악계, 공연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산 음악인들뿐 아니라 부산에 찾아오는 음악인들에게도 좋은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만약 서울의 인디 밴드가 공연을 하러 부산에 온다면 약 70%는 인터플레이를 찾는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재즈 △어쿠스틱 밴드 △클래식 음악인들은 거의 90%가 전람회의 그림에서 부산 공연을 연다. 서면에 규모가 더 큰 라이브 클럽이 있기도 하지만, 전람회의 그림과 인터플레이가 오래된 만큼 많이 찾아준다. 음악인들과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공연 공간이나 음향적인 완성도에도 늘 신경을 쓰고 있다.

 

△비슷하게 부산 인디 음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경성대 클럽 리얼라이즈가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월부터 공연을 하나도 하지 못한 클럽이 많다. 특히 리얼라이즈 같은 클럽 분위기의 공연장들은 상황이 더욱 힘들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인디 음악 공연계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니까 우선은 기다리는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에 부산 인디 음악계는 어땠었나.

늘 작은 높낮이가 있긴 했지만,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오디션 프로그램 등 대중 매체를 통해 ‘장기하와 얼굴들’, ‘10cm’ 등 소위 스타 밴드가 나올 때 더 활발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늘 인디 음악계를 지키는 밴드들과 뮤지션들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인디 음악인들의 상황은 어떤가.

물어보면 아마 거의 다 집에서 쉬고 있다고 말할 거다. 말했듯이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홈레코딩을 하고 유튜브로 홍보를 하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혹은 밴드 활동뿐 아니라 직장을 다니며 겸업을 하는 음악인들도 많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 부산의 인디 음악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잘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유명 밴드가 전국 투어 공연을 하면 대부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전주 등 5~6개 도시를 거쳤다. 그런데 요즘은 실제 공연보다 음원, 인터넷 위주의 활동이 주가 되다 보니 그 규모가 2~3개 도시 투어로 점점 축소되는 추세다. 그래도 여전히 부산은 꼭 거쳐 가는 도시다. 그만큼 관객, 공연 문화 자체가 잘 형성돼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반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충분히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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