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이는 악기들, 부산 인디 음악계의 현황

대중음악계에서 인디 음악은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한다. 특히 지역 인디 음악계의 위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부산 인디 음악계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우리나라 음악 산업의 규모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 1,988억 원이었던 시장은 2017년 9,441억 원의 시장 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 산업의 발달과 달리 지역 인디 음악계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이에 지역 인디 음악의 필요성에 주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인디 음악은 상업성에 중점을 두지 않고, 독자적인 제작·유통·경영 방식을 지향한다. 대중의 취향에 구애되지 않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이 방식은 음악 유통 시스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음악 유통 시스템을 통해 시장이 커지면 음악 산업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 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인디 음악 문화계도 발달해있다. 

 

갈수록 바래가는 부산 인디 음악계

부산의 인디 음악은 국내에서 로컬 씬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적용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립음악과 같이 독자적 문화가 이뤄지고 활동되는 곳인 씬이 활성화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약 10여 년간 경성대학교권 인디 음악 씬의 부흥을 이끌던 클럽 리얼라이즈가 폐업하는 등 전반적인 인디 음악 문화가 침체되고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상업적 공연인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있지만, 사실상 서울 주류 밴드들이 공연 명단을 채우고 있다. 또한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이어붙이는 진행은 인디 음악의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이유가 합쳐져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먼저 서울과 비교해 현저하게 부족한 인프라 문제가 지적됐다. 부산의 경우 공연장은 물론 앨범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나 녹음 시설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 인디음악 씬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자체 음반을 유통하는 독립 음반사 인디 레이블도 △루츠레코드 △진저레코드 등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금정구에 위치한 부산 음악창작소의 경우 음원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공모 경쟁 형식으로 이뤄져 많은 이를 포용하기엔 부족하다. 인디밴드 ‘플랜비(Plan.B)’ 기타리스트 최윤황 씨는 “부산 내 연습공간이나 상업적 활동을 위한 공간은 매우 부족하다”라며 “부산에서 제공하는 문화공간이 실제로 인디밴드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부산에서 제공하는 연습공간 외에도 상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용자 저감 및 로컬 뮤지션 수요 저하도 문제로 제기됐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부산의 인디음악이 쇠퇴됐다고 느끼는 이유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뮤지션에 대한 홍보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관심 부족으로 인해 수요가 적어진다면 인프라는 점점 더 부족해진다고 덧붙였다.

홍보와 비평 부족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음악 상품의 경우 여론을 주도하는 비평가와 관계자의 평가에 따라 소비가 결정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비평과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관심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산의 전문 음악 잡지 ‘뷰직페이퍼’는 2017년 12월 1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 속 깊어지는 침체기

지역 인디 음악의 어려움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 건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완전히 취소된 것이다. 최윤황 씨는 “7월에 소규모 공연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면서 이마저도 중단됐다”라며 “인디밴드들이 공연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대세인 온택트(Ontact) 음악 시장을 따라가기 또한 쉽지 않다. 온라인 공연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카메라나 송출 장비 비용을 위한 지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차적으로 홍보 및 운영 비용을 추가한다면 금액은 더 커진다. 특히 유튜브,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같은 플랫폼까지 경유하면 30~50% 상당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인디 씬의 온라인 라이브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전무후무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다”라며 “혼란스러운 과도기에 있는 만큼 사회적 지원이나 예술인 보험 제도와 같은 정책들을 병행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인디 음악이 유지되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음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디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양질의 인디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논문 <대중음악 창조계층의 활동지역 선택원인 연구-홍대 인디음악 씬을 중심으로->는 이러한 생태계가 잘 구축된 예시로 홍대의 앞 인디 음악 씬을 들었다. 이곳은 음악 생산과 소비 활동이 활발하고, 이를 위한 소규모 클럽이 발달해있다. 또한 뮤지션과 팬들의 상호작용 공간이 밀집돼 있어 지속적 발전을 끌어내고 있다. 이밖에도 홍보와 비판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문적인 인프라도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 인디음악 씬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기획사 △제작자 △인디레이블 등의 인프라가 마련되면 인디 음악의 성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정부의 예술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2007년 마무리된 문화 콘텐츠진흥원의 ‘인디레이블 육성 지원 사업’ 이후 인디 음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대표 프로그램 ‘뮤 콘(MU:CON)’도 서울에서만 열린다. 이에 부산 소재의 공연 연습 공간뿐 아니라 전문 음악 기획자와 엔지니어들과의 연결 지원, 상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기적 공연 주최에 대한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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