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독립출판사 ‘쓰담’ 장혜원 대표 인터뷰

‘지역 잡지 독립 출판’. 듣기만 해도 험난하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인구 유출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종이책에 대한 수요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역과 활자에 대한 애정이 강하더라도 쉽게 넘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트 人(in) 부산>(이하 <하트 인 부산>)은 이런 상황 속에서 창간됐다. 2017년부터 마음이 맞는 여러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부산을 살피는 지역 잡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된 내용은 부산의 지역사회와 문화 예술인들의 이야기로,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3년 동안 명맥이 끊이지 않고 12번의 발행을 해냈다. 이 잡지를 만든 청년들을 뭉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4일, <하트 인 부산>의 발행인이자 독립출판사 ‘쓰담’의 대표인 장혜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의 ‘하고재비’
독립 출판까지 걸어온 길

장혜원 대표는 31년째 부산에서 거주 중인 부산 토박이다. 출생 후 7살까지 해운대구에 살다가 남구로 이사가 현재는 대연동에 살고있다. 그는 스스로를 ‘하고재비’라고 소개한다. 하고재비는 무슨 일이든지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영남 방언이다. 범상치 않은 별명이지만 장혜원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술단 활동을 하며 무대에 서기도 했고 기획자로서 미술 전시회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좋아해서 한 봉사단체의 홍보팀장을 한 적도 있다. 학생들을 위해 방과 후 교사 활동도 했다. 장혜원 대표는 “분야를 한정 짓지 않고 어떤 것이든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혜원 대표가 부산의 문화계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엔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입시를 준비했다.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한 그는 1, 2학년까지도 공부에 열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졌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는 “이 길을 선택했을 때 얼마나 재밌고 행복하게 살까를 많이 고민했었다”라며 “전공을 살려서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학년 때 활동했던 무용 예술단은 장혜원 대표가 문화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데 영향을 끼쳤다. 문화예술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장혜원 대표는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하는 무용단이었다”라며 “한계는 느끼지만 부딪히는 게 즐거웠다. 춤, 나아가서 문화란 것이 비전공자도 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렇듯 수많은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던 장혜원 대표는 2017년,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독립출판을 통한 지역 문화 잡지 창간이었다.
 

스스로의 손으로 
부산을 담아내다

 <하트 인 부산>은 2017년 11월 창간됐다. 장혜원 대표는 부산 지역 작가 모임 ‘글담’의 작가 8명과 함께 잡지 발간을 시작했다. 평소 부산 지역을 다루는 매거진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이들이 모여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발행 주기는 3개월이며 각 발행마다 부산의 군·구 하나를 다룬다. 현재까지 16개 군·구 중 6개를 다뤘다. 일단 지역이 정해지면 잡지에 실을 이야기들을 수집한다. △구청 △시장 △도서관 등 수많은 곳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이야기를 모은다. 해당 지역의 역사나 설화부터 랜드마크, 골목 가게 등 기성 매체들이 비추지 않는 곳을 담아낸다. 그 외에도 지역 문화예술인 인터뷰나 에세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싣는다. 장혜원 대표와 글담 팀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3년째 발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하트 인 부산>을 창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트 인 부산>을 창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문화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작가 모임 ‘글담’ 팀과 이야기하던 중, 문화 잡지를 만들어 보면 어떻냐는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부산 토박이기 때문에 부산에 대한 애착이 깊었고, 잡지를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익숙한 골목길이라도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를 통해 자기 동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꿈꿨다.

또한 잡지를 통해 수익 창출이 어려워도 이를 통해 부산의 여러 문화 주체들이 모이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싶었다. 부산 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우리 잡지를 계기로 서로 협업하는 그림을 그렸다.

△잡지를 창간하며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부산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살리고 싶었다. 상업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사실 관광 정보나 상업 정보는 우리보다 더 잘 다루는 사람들이 많고 좋은 내용도 이미 충분하다. 그보다 부산의 △다양한 지역 △가치와 역사 △부산이 안고 있는 이야기 △지켜야 할 이야기를 잡지에 담아낸다면 더 보람차고 사람들의 관심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잡지에 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제의가 없을 것 같진 않은데 일부러 받지 않는지?
광고는 일부러 받지 않는다. 광고를 받으면 이해관계가 생긴다. 광고주가 요구하는 사항을 잡지에 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의도와는 다른 사항을 지면에 실어야 할 수 있어서 지양하고 있다. 물론 광고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면 좋다. 그러나 처음 시작했을 때의 취지와 목적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활동 중이다. 잡지를 창간했을 때 모두가 동의하고 지켜오고 있는 부분이다. 기성 출판사를 놔두고 독립 출판사를 설립해 발행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형식 사이에서 종이책 발간을 택한 이유는? 
 사실 발간을 결정했을 때 별 고민 없이 종이책 출판을 선택했다. 종이책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필요한 사람들은 찾아 읽는다. 코로나19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지금 종이책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나이대와 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특성상 눈에 보이는 실물 책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혜원 대표 역시 한 명의 에디터로서 잡지 발행에 참여한다. 현재는 잡지의 한 꼭지를 맡아 음식 레시피와 인물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잡지 발행에 참여하며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선입견을 하나하나 깼다고 회상한다. “예전에는 부산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여러 부산 예술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이 생각이 바뀌었다. 재즈 댄서, 글 쓰는 작가, 밴드, 극단 등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잡지를 만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는 일들을 알고 나니 더 알리고 싶었다”.

잡지과 출판
그 너머를 향해서

 이렇게 독립 잡지를 발행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병행해야 하는 본업이 있기 때문이다. 마감에 늦어 전체 일정이 밀리면 디자인 팀이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행에 차질을 겪어서 계획된 내용의 절반을 들어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주위에서 이런 걸 왜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장혜원 대표와 에디터들은 16개 군·구를 모두 훑어낼 때까지 발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 부산의 16개 군·구를 다 다룬 뒤엔 어떻게 될까. 장혜원 대표는 잡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거나, 단행본을 내는 방식 등이다. 그는 “16개 군·구를 다 돌고 나면 잡지를 기반으로 한 많은 이야기가 모여 있을 것이다. 실제 책 내용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팝업 북 행사를 열 수도 있고, 내용을 갈무리해 단행본으로 재출판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 잡지로 자리하는 것이 <하트 인 부산>의 꿈이다. 장혜원 대표는 “<하트 인 부산>이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 잡지로 자리 잡고, 단순한 잡지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이를 토대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장혜원 대표는 스스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꼽는다. 자신의 행동이나 글을 통해 타인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에 힘을 얻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일들을 장혜원 대표가 지금껏 해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 먼 미래의 꿈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많은 문화공간이 있지만, 그는 사람들이 언제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꿈꾼다. ‘선한 영향력’을 강조하는 장혜원 대표에게 어울리는 소망으로 보인다. 꿈이 이뤄지는 날은 먼 미래가 되겠지만 장혜원 대표가 꿈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겠다 결심을 내려도 실행 자체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염려와 우려를 표하지만, 동시에 격려를 해주기도 한다. 실행이 어려워 보여도 그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트 인 부산'은 3개월마다 발행되는 계간지로 현재 12호까지 발간됐다
'하트 인 부산'은 3개월마다 발행되는 계간지로 현재 12호까지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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