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인천광역시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돼 전국적으로 수돗물의 질과 정수처리공정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속이 훤히 보이는 필터를 장착한 샤워 수 전과 세면대에 받은 물에서 발견된 꼬물거리는 유충은 누구에게나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필자가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수돗물평가위원회로 활동한 지 3년 이라, 그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상시로 받는 질문인 수 돗물을 바로 먹어도 되는지부터, 어쩌다가 수돗물에 바람직하지 못한 생명체가 섞여 나오는 것인지 등의 질문에 대답하며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수돗물을 얼마 나 신뢰하고 있을까?

상수도시설 구축 실적에 비해 낮은 신뢰도

작년 1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수도보급률은 99.1%이다. 즉 우리 나라 국민의 99.1%의 사람들이 수도꼭지만 열면 정수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 다는 이야기다. 1960년의 상수도보급률 16.8%에 비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인프라 개선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수돗물을 끓이거나 정수하지 않고 직접 음용하는 비율은 7.2%에 그쳤다. 끓인 후 마시는 비율인 42.2%를 합한다 해도 50%를 넘지 않았다.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 vs 신뢰하기 위한 노력

국민들이 수돗물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질오염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유독 낙동강에서 수질오염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고, 1994년 낙동강 농약유출 사고에서부터 2018년 대구 수돗물과 불화화합물 검출, 2020년 물금취수장에서의 1,4-다이옥세인 검출사건 등 끊이지 않는 수질오염사고로 인해 부산, 대구 시 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타 지역보다 강하게 형성됐다. 작년 인천 붉은 수돗물 대란과 올해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건은 수돗물에 대한 전국적 불신을 초래했다.

끊이지 않는 수돗물 사고가 있을 때마다 수돗물의 수질을 보완하기 위한 정수처리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본래 건강한 하천수는 미세한 흙 알갱이와 유기물, 부식질 등을 포함하기 마련이어서 이들을 응집시켜 가라앉히는 공정(혼화+응집공정 +침전공정)과 여과(주로 모래여과), 마지막으로 소독 과정을 거쳐 각 가정으로 공급되게 된다. 그러나 상수원수에 인위적 화합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해진다. 유독성 미량 유해물질과 농약류와 같은 분자량이 큰 유기물질을 보다 작은 분자량으로 산화시켜 제거효율을 향상하고 맛과 냄새를 유발 하는 물질들을 산화시키기 위한 오존 산화 공정을 응집/응결공정 앞에 추가할 수 있다(전오존처리공정). 또한 침전 및 여과 공정 후에도 소독 및 산화를 위한 오존 산화 공정(후오존처리공정)과 추가적인 맛·냄새 유발물질을 흡착으로써 제거하기 위한 활성탄흡착공정을 추가하여 운전하게 된다. 우리는 이를 고도정수처리기 술이라 부른다.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는 고도정수처리 공정의 도입의 일환으로 공정의 말단부 에 추가하였던 활성탄흡착공정의 잘못된 운전으로 인하여 생긴 결과물이었다. 활성탄흡착공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앞 공정에서 미처 제거되지 못한 미세한 화합물 질 및 알갱이로 흡착재가 폐색되게 마련 이어서 주기적으로 이를 세척해주는 역세 (backwashing)과정이 필요한데, 이 역세를 수행하는 주기를 너무 길게 잡았던 것 이다. 그렇게 사소한 운전 조건 하나로 이 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지 의아할 수 있겠지만, 공정의 운영은 철저히 안전한 수질의 물을 생산하기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직무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먹는 물의 수질 기준 항목은 총 72항목으로 △분원성 대장균군 포함 미생물 12항목 △각종 중금속류 포함 유해영향 무기물질 14항목 △페놀 및 1,4-다이옥산 포함 유해영향유기물질 17항목 △소독제 및 소독부산물 11항목 △색도와 냄새 포 함 심미적 영향물질 15항목 △방사능 물질 3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많은 항목 수는 이제까지 주요한 수질 사고가 있을 때마다 항목을 추가해 온 결과물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기준 항목 외에도 200여 종에 달하는 물질들을 자발적으로 감시하기도 한다

안전한 물을 마시기 위한 환경 윤리적 사명

물은 지구 표면을 75%정도 점유하는 바다로부터 증발해 구름을 형성하고 해양 및 대지에 비를 뿌린다. 비는 대지를 적셔 지하수를 형성하거나 대지 위를 흘러 해 양으로 다시 돌아가 순환한다. 인간은 이 거대한 물 순환의 일부 지점에서 물을 가 져다 처리하여 사용하고, 자연계에 돌려 보내도 무방할 수준으로 처리하여 방류해 야 하는 환경 윤리적 사명을 가진다. 유해물질 걱정 없는 깨끗한 자연수를 끌 어다 사용할 수 있다면 고도정수처리공 정은 필요하지 않다. 부산시민의 비극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해 대구 등의 대도시와 낙동강 중류에 소재하는 산업단지에서 사용 및 처리된 후 배출된 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입지적 조건에 있다. 굳이 부산 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수원의 상류에 하 수처리시설이나 산업단지를 보유한 곳에 서는 안전한 수돗물을 확보하기 위해 고 도정수처리공정이 필요하다. 그럼 안전한 물을 생산하는 정수처리 기술에만 의존해 야 할까. 아니다. 상수원수를 보호하기 위해 하·폐수를 보다 확실히 처리해야 함은 물론 특정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산 업단지의 입지 선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 다. 앞서 말한 환경 윤리적 사명은 자연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안전한 물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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