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관광산업에서 다크투어리즘에 관한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비극적인 역사가 발생한 장소를 방문해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관광이 우리나라에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 역사 인식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긍정적인 역사만을 알리려는 경향이 짙었다. 역사적 사실 중 숭고하고 찬양할 수 있는 것만을 기억하려는 모습이 강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서는 수탈당한 민족의 역사보다 독립운동가들의 모습만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문화재를 철거하며 역사적 치부를 도려내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는 사라진 조선총독부 건물 구 서울시청 서울 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대표적인 예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역사 인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정적인 역사를 마주해야만 올바른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제점숙(동서대 동아시아학) 교수는 부정적인 역사를 덮으려는 태도는 잘못된 역사 인식이라며 아픈 역사를 직시해야 후대에 계승할만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극적인 역사를 되돌아보는 여행

하지만 최근 들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되고 있다. 네거티브 문화재가 가지는 역사적·교육적 의미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돕기 위해 등장한 것이 다크투어리즘이다.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용어는 2000년 말콤 폴리와 존레논 교수가 공저로 펴낸 책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개념은 죽음 재난 비극 참사와 관련된 유적 또는 장소를 교육,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목적으로 방문하는 역사교훈관광을 뜻한다.

이러한 다크투어리즘은 특히 해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에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존재한다. 해당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은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공간을 보며 사망자를 추모하고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원전 사고의 피해를 되새기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다크투어리즘의 일환으로 방문할 수 있는 유적지가 있다. 특히 부산은 네거티브 문화재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도시라는 점과 임시정부가 세워진 피란수도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마민주항쟁이나 임진왜란과 관련된 장소들도 다수 존재한다. 부산연구원에서 발표한 <부산관광의 새로운 기획, 다크투어리즘>에 따르면 부산은 수많은 네거티브 문화유산이 남아있어 이런 장소들과 관광을 결합하는 다크투어리즘을 활성화하는데 적합한 도시다.

여행,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다크투어리즘

이러한 다크투어리즘은 문화·학문적으로 중요성을 가진다. 다크투어리즘을 통해 비극적인 역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산업학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다크투어리즘 발전전망에 관한 탐색적 고찰>에 따르면 어두운 기억에 관련된 장소나 재난, 재해로의 여행은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의미 있는 일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슬픔의 장소에서 비극적 사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늘어난 대중의 문화 소요를 충당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여행을 그저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경험을 축적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관광레저학회가 발표한 <다크투어리즘 관광객의 선택속성과 방문동기가 관광지 만족도와 재방문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에는 단순히 휴양을 위한 관광보다는 교훈이나 경험을 얻고자 하는 특수목적관광의 형태를 선호하는 여행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이 마주한  수많은 걸림돌

다크투어리즘이 우리나라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이 남아있다. 이 중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은 네거티브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우리나라에는 방치되거나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 의해 훼손되는 네거티브 문화재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을 가치있는 문화재로 바라보려는 시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산연구원 박경옥 연구위원은 다크투어리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거주민들이 비참한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다크투어리즘이 이뤄지는 관광지에 관한 법률 제정도 필요하다. 현재 네거티브 문화재는 법적 문화재 보호 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개념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지역문화학회의 <한국에서의 문화유산 개념 확장 경향과 특징 분석: 문화유산 관련 법제의 제정 및 개정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현행 법제는 전근대에 형성된 유형자산이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크지 않을 경우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수탈에 관련된 문화재는 심사 과정을 통과하기 더욱 어렵다. <문화재 국가등록에 관한 지침> 82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수탈, 친일 논란 인물 등과 관련된 문화재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해 문화재적 가치 공과 역사적 교훈의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 특히 같은 법 제424호에 명시된 문화재 등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면 등록이 보류될 수 있다.

다크투어리즘의 소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로 손꼽힌다. 다크투어리즘의 대상을 선정할 때 기준에 대한 합의가 없어 장소가 자의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보다 관광 상품으로 가치가 있는 장소가 먼저 선정되는 경우도 많다. 부산의 경우 부산포개항지 부산진성 가덕도외양포 등은 역사적 가치가 크지만 다크투어리즘으로 전혀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경옥 연구위원은 한시 빨리 관광산업 종사자 학계 공공기관의 협의를 통해서 다크투어리즘과 역사 인식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부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일본식 가옥이다. 현재는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사진 'VISITBUSAN' 사이트 제공)
부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일본식 가옥이다. 현재는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사진 'VISITBUSAN' 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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