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마감한다. 개학연기, 과제물, 동영상, 온라인 강의, 그리고 마지막 허락된 대면시험에 이르기까지 시작과 끝은 코로나19로 인한 곳곳의 안내문과 함께 진행되었다. 2020학년도 기말 시험장은 대학 시험사()에서 전대미문의 풍경을 마주할 것이다. 시험장소가 있는 건물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도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시험을 치르는 강의실에 앉을 수 있다. 강의실 입장에서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착석 이후 또다시 이어지는 수칙이 있고, 시험 이후의 매뉴얼도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대학가의 진풍경은 코로나19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615일부터 74일까지, 3주간 기말시험이 실시된다. 68일자 <부대신문>다가오는 대면 시험, 불안한 학생들이라는 헤드라인에서 기말시험에 대한 긴장을 읽을 수 있다.

비단 우리 대학만의 사정이 아니다. 지금 전국의 대학가는 마지막 관문인 기말시험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학 당국들은 공정성을 이유로 대면시험 실시를 공지하고, 학생들은 건강권을 주장하며 대면시험 철회를 주장하는 풍경이 맞서고 있다. 한편, 학교 밖에서는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관련 뉴스들이 여기저기에서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가 쏘아올린 집단 커닝’,‘커닝 안 하면 바보죠?코로나19 속 온라인 시험... 대학가 커닝등 마치 온 대학이 커닝에 빠져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고질병으로 무시하기에는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팩트도 심상찮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커닝(cunning)의 어원적 유래는 지식속임수에 걸쳐 있는 셈법을 담고 있으며, 한마디로 교활하게 속이다로 정리된다. 지성집단인 대학과 커닝의 연결에 이토록 거리낌 없는 현실은 씁쓸하고 서글프다.

이러저러한 와중에 우리 대학은 대면시험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간시험 기간을 지나면서 기말시험을 두고, 학내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진하는 절차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강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시험이 시작된 이 시점에서 절차의 정당성 못지않게 더 중요한 문제는 학생, 가족, 교원 등 대학 전체 구성원의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면시험을 무사히 치러내는 일이다. 대학 당국은 전체 시험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체계화하고, 안전한 방역 체제 안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제도적·물리적 체제를 강화하고, 꼼꼼한 점검을 해야 한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이 대학 당국에만 있지 않다. 학생들을 비롯하여 대학 구성원 모두가 나누어야 할 과제이다. 불필요한 과잉담론은 자제하고, 침착하게 매뉴얼을 숙지하는 성숙한 자세는 대면시험에 임하는 모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수칙이다.

615, 대면시험 시작과 함께 우리대학은 2020학년 1학기 코로나19에 대한 총체적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여기에는 전국적인 시선 집중이 되어 있다. 대면시험의 관문을 통과한 이후,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학내구성원 모두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부산대 방역체계는 기말시험으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방역은 물리적인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학이 명분으로 내세운 교육의 질에 대한 개선을 수반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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