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세계는 아직도 코로나19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개별 국가들은 바이러스 말고도 산적한 문제들에 신음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모습도 다를 바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인종 차별이란 해묵은 폭탄이 다시 터졌다.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연일 계속되는 가두시위는 폭동과 약탈까지 이어지는 극단성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의 미국 상황엔 내우외환이란 말이 어울린다.

어느 때보다 지도자의 능력이 중요한 시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산적한 문제를 풀어낼 의지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보여준 수준 이하의 발언부터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대하는 모습까지 의문점만 가득하다. △미국 대통령 △협상의 귀재 △날카로운 사업가 등 그를 수식하는 멋들어진 수사에 비해 그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은 조급하고 위험하기만 하다. 그는 거리에 나선 시민들을 어떻게든 찍어 누르려 한다. 시위의 배후에 극좌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사진 촬영에 방해된단 이유로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쏘게 했다. 또한 국방부 장관에게 미군 투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가 항명 파동을 겪었다.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등 전직 대통령들이 한목소리로 인종 차별 근절과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외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그의 ‘사이다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기성 정치권이 외면하던 지점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행보를 보여왔다. 정치적 올바름의 위선을 비난하고, 동맹국들이 너무 이득을 본다며 힐난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모습을 보면 그 선택의 결과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표를 좇아 막말을 일삼던 사람을 선출한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란 위치엔 부적절한 사람으로 보인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행위가 어떤 파장을 부를지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다. 트럼프 정부의 첫 번째 국방부 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으로서 사회를 통합하려 하기보단, 분열시키는 데 주력했다며 ‘리더십의 부재’, ‘나치의 전략’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트황상’이나 ‘트럼프식 연설’ 등의 말을 써가며 트럼프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었다. 트럼프의 대선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 같은 정치인들도 등장했다. 당장 지난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가 일련의 발언들을 통해 ‘홍카콜라’란 별명을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러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막말 전략으로 지지자를 결집하려 시도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서 트럼프식 극단주의는 설 곳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막말을 일삼던 정치인들의 시도 역시 아직까진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 ‘한국형 트럼프’가 되길 꿈꾸는 자들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듣고 싶은 말만 해주고, 간지러운 곳만 긁어주는 자는 언제 어디서나 있다. 그러니 우린 언제나 이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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