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니콜로 마키아벨리 / 곽차섭 역
군주론 / 니콜로 마키아벨리 / 곽차섭 역

 

“군주는 운의 풍향과 사물의 변화가 그에게 지시하는 대로, 스스로를 바꿀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또한 선해질 수 있을 때에는 그것으로부터 멀어지지 말되, 필요할 때에는 악해질 줄도 알아야 한다”

학과 공부, 진로 고민만큼이나 대학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인간관계다. 같이 수업을 듣고, 급식도 먹으면서 나도 모르는 새 친구가 생겼던 예전과는 다르다. 친구를 사귀는 일도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학과 △학생회 △동아리 혹은 조별 과제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하다 보면 ‘와,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인간관계로 고민하다가 책에서 처세의 지혜를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비슷비슷한 내용에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고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면 몇백 년 전 피렌체 대학의 마키아벨리 선배가 쓴 <군주론>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대학생의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공부 △대외활동 △취업 준비 등 자신의 일을 해내면서 동시에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남들의 일을 혼자 떠맡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이익이 되는 일만 하다 보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 혼자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핵심은 미움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이다.

군주에게 잔혹하고 두려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마키아벨리조차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미움을 받는 군주는 음모에 빠지고 공격받을 위험이 높다. 하지만 평소에 인민들이 군주를 신뢰하고 좋아한다면 음모는 성공할 수 없다.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넓지만 좁다. 소문은 쉽게 퍼지고 와전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를 따라다니게 될지 모른다. 이때 나를 믿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니 평소에 사람들에게 미움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움받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평판을 신경 쓰면 안된다. 혹시 열 번 잘해주다 한 번 못 해줬다고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적 있는가?<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자기한테 해를 주리라 생각했던 사람에게 도리어 은혜를 입으면, 보통 때 은혜를 입는 것보다 몇 배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일부러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판만을 위해 행동하면, 당신이 조금만 날카롭게 행동해도 사람들은 당신을 인색하다고 평할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인간에 대한 냉소적인 회의감이 깔려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고마워할 줄 모르며 자신의 이익에만 욕심을 낸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그의 인간관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란 비판도 나오지만, 조별 과제에서 자신의 몫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들, 필요할 때에만 나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그의 인간관을 공감하는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군주론>은 대학 내 인간관계의 완벽한 지침서가 될 순 없다. 그래도 때로 교활한 자세가 필요할 때, <군주론>은 도움이 될 것이다.

수업 교재로 <군주론>을 택한 원동필(교양교육원) 강사는“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조언한 행동 지침은 현재에는 처세술로서 가치를 가진다”라며 “학생들에게 처세술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원동필 강사는 “학생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고자 했다”라며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존 로크의 <통치론>을 추천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