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차정인 신임총장 취임 인터뷰

 

지난달 12일 우리 학교 신임 총장으로 차정인(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취임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지난달 22일 우리 학교 본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거 운동에서부터 당선인 인터뷰 그리고 이번 총장 취임 인터뷰까지 그는 일관되게 한 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부산대 발전’이었다. 차정인 총장에게 발전의 청사진과 그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취임한 지 열흘이 지났다. 조금 지났지만,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 소감을 듣고 싶다.
우리 학교 74년 역사를 이어받아 임무를 맡게 됐다. 우리 학교의 발전은 학문공동체의 발전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국가 균형 발전으로 이어진다.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나가겠다. 

△ 지난 총장 선거를 되짚어보려 한다.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 총장 선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총장 선거 당일 언론을 향해서도 말했지만,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이번 총장 선거를 깨끗하게 치른 데에 자부심이 있다. 이제 직선제 폐해라는 말도 과거의 말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학교는 지성의 전당답게 직선제 선거를 품위 있게 치렀다. 모든 후보와 학내 구성원이 노력한 결과다. 이런 경험은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고 이후에 역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학생과 강사의 선거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총장으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아쉽다. 교수회가 주도하는 논의 과정을 지켜봤는데, 결국 학생들이 투표에 불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당시 후보로서 교육받을 권리의 주체인 학생 그리고 강의의 31.4%를 담당하는 강사가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명확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후보 신분이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진 못했으나, 다음 선거에는 학부생, 대학원생 전원이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 강사도 마찬가지다. 선거 제도는 교수회의 권한이지만 우리 대학이 가장 좋은 총장 선거 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고자 한다.

△ 사실 학생이 전원 투표하는 대학이 많지는 않다. 학부생, 대학원생 전원 투표를 말한 이유가 있나.
일부 학생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학생 입장에선 일종의 간접선거다. 대학 총장 선거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다. 비록 학생 1인당의 투표 가치가 낮다고 하더라도 학생 전원 참여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 학생 전원이 투표에 참여하면 총장 선거가 축제와 같이 될 것이고, 학교의 자랑이 될 것이다.

△ 본격적으로 앞으로의 비전·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선거 때부터 내세운 슬로건이‘부산대를 부산대답게’였다. 이것이 총장 출마를 결심한 강렬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수도권 초집중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지역 대학이 어렵다. 우리 대학은 거점국립대학이기에 선방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최고 명문대로 도약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했지만, 앞으로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교수의 이직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모든 좋은 정책의 출발점은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다. 총장으로서 이 엄중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수도권 초집중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다. 이 2개의 구조적인 문제가 제일 크다. 특히 수도권 초집중은 일극 집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밖에 없으니까. 이 현상은 기형적이며 망국적이다.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고 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다.

△ 대정부 활동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를 상대로 정책 변화를 끌어낸다는 게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지역 대학 총장들이 개별 대학 차원에서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개별 대학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대승적으로 협력해야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문제를 크게 풀어갈 수 있다. 지역 대학들이 연대해서 정부에 대해 당당하게 정책적 요구를 해야 한다. 

지역 대학들에 연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려 한다. 일을 크게 풀어보자, 같이 해보자고 말이다. 대학 총장은 사회적 공신력이 높다. 그 공신력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 대학에 예산을 더 편성해달라는 식으로 해서는 몇 발자국 나아가지 못한다. 지역 사립대학과도 연대할 일이 많다. 지역 국립대학 또는 지역 대학 육성 정책이 정당의 정책으로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

△ 학생 성공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 방법은 무엇이며, 가장 우선하여 펼칠 정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교가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좋은 교육과 좋은 학습 환경, 이 두 가지라 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상황 속에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펼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일을 시작했다. 채용할당제의 적용 영역을 비수도권 전체로 넓히고, 약 22% 정도인 비율을 50% 정도까지 상향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 대학이 공공기관 취업에 매우 유리한 학교가 된다.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지역 대학 중 자신의 실력에 맞춰 진학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역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공공기관 취업을 하나의 매개로 우수한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더 많이 입학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사기업이나 대학원으로도 더 많이 진출할 것이다. 

맞춤형 교육과정도 필요하다. 사기업과 각계각층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요즘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대학원 진학을 장려해서 학문 후속세대를 길러야 한다. 지금의 교수들이 물러나면 누가 대학을 이끌어가겠는가.

마지막으로 학습 환경을 정돈하고자 한다. 웅장한 건물도 좋지만, 틈새 학습 공간을 조성해보고 싶다. 건물 로비나 복도 끝, 계단 앞 공간 같은 곳들 있지 않나. 그런 곳들을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이 좋아하고 아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을 만들고 싶다.

△ 그동안 연합대학 찬반투표, 강사와 학생 투표권 등 학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본인은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학교 행정 속에서 총장이란 자리는 결정하는 자리다.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의 연속이다. 소통은 좋은 결정,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필수적 과정이다. 

이 때문에 교수회나 교무회의 같은 기구를 중시한다. △직원협의회 △학생회 △조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구들의 교무회의 의견 제출권을 보장해, 소통을 제도화하려 한다. 가령 학생회가 교무회의에 의견을 제출한다면, 당연히 심의해서 답을 해줘야 한다. 만약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소통을 정확하게 또 책임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해서 소통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소통이란 총장이 시혜적으로 베푸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재정 확충과 구성원 복지에 대한 구상을 듣고 싶다.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을 위해 현실성 있는 재정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려 한다. 또 대학이 우선순위를 정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 회계가 증액되도록 해야 한다. 돈마다 목적을 정해 칸막이를 쳐 놓으면 대학이 긴요한 곳에 재정을 사용할 수 없다. 귀한 돈을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발전기금 모금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구성원 복지는 결국 재정과 연관돼있다. 재정 확충을 통해 △학생 △교직원 △조교 등 다양한 구성원을 위해 선거 때 약속한 복지를 펼치려 한다

 △ 부산캠퍼스의 경우 과밀화, 노후화됐고 양산캠퍼스와 밀양캠퍼스에는 또 그곳만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캠퍼스 문제에 대한 비전이 궁금하다.

이는 굉장히 방대한 문제다. 이걸로만 한 시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히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말문을 열어보자면, 부산캠퍼스는 과밀도 문제지만 노후화가 큰 문제다. 개축과 신축이 이뤄져야 한다. 신축 계획 중 약학관은 완공 단계이고, 생명 3과가 사용할 첨단과학관이 예정돼있다. 현재 IT 관련 학과가 여기저기 흩어져 노후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IT관을 신축해 한곳에 모을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교원들의 연구 공간, 실험 공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학교의 공간을 잘 살펴보면 남는 곳도 있고 모자란 곳도 있다. 공간이 효율적으로 안배돼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먼저 실태 파악을 할 생각이다.

또한 부마민주항쟁기념관을 우리 학교에 유치할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사용할 공간이다. 기념 공간이 중심이지만 공연이 가능한 △대강당 △회의실 △세미나룸 등을 두어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이용하고 싶어하고 우리 대학 구성원에게도 유익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활용도가 높은 건축물을 제안하고 있다. 

양산과 밀양캠퍼스의 학생 생활은 부산캠퍼스보다 훨씬 불편하고 기본적인 학생 생활 복지 공간이 부족하다. 캠퍼스 간 이동 수단마저 미비하다. 밀양은 노후한 강의 시설도 교체해야 한다.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부산대 발전’이라는 임무는 무겁지만 영예로운 것이다. 더욱 발전된 ‘최고 명문 부산대’의 모습을 매일 생각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몸담은 모든 분이 뜻을 모아주시리라 기대한다. 

지난달 22일 대학본관 총장실에서 차정인 총장이 취임소감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학본관 총장실에서 차정인 총장이 취임소감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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