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압박하는 높은 학비와 주거비용, 점점 커지는 대학의 재정난과 수도권·지방 대학의 격차,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교육 기조. 대학사회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파하겠다는 약속은 매번 총선 때마다 나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제21대 국회는 대학 사회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는 30일,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대신문>에서 각 정당의 대학 관련 공약을 분석해봤다.

고등교육기관의 학령인구 및 입학자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학령인구는 2013년 280만여 명을 기점으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고등교육기관 학령인구 중 입학자의 비율은 2008년 70.6%로 정점을 찍고 2018년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모습은 대학사회에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대학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재정확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정원이 축소되고 등록금의 동결이 이어지며 등록금 수입이 감소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메꿔줄 다른 재원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 운용에는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가리지 않는다. 「<부대신문> 제1596호(2020년 3월 16일 자) 참조」

특히 지방대학들은 더욱 난감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에서 발간한 <사립대학 재정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17년 사립대학의 학부 등록금 수익은 수도권대학에선 499억 원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방대학은 2,413억 원이 줄었다. 재정 격차로 인해 수도권 대학과의 역량 차이는 점점 커진다. 지방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입학생이 줄어들고, 점점 재정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발표된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한계대학으로 뽑힌 90개 대학 중 62개가 지방대학이었다.

4년간 깊어져만 갔던  대학의 위기

20대 국회에서 대학이 마주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공약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고등교육재정 인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GDP 대비 고등교육재정 비율을 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은 OECD 수준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할 것을 공약했다. 동시에 정의당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정의당은 지역대학들의 발전을 위해, 대학연합 및 공동 교육과정을 골자로 하는 ‘대학균형발전법’ 제정을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도 이뤄지지 못했다. 작년 12월 통과된 2020년 교육부 예산에서 고등교육에 편성된 예산은 10조 8,057억 원이었다. 2019년 대한민국 실질 GDP가 1,844조 4,899억 원임을 감안하면 0.58%에 불과한 것이다. 공약 이행에는 실패했으나 20대 국회에서 대학 재정의 확대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7년 예산안에서 고등교육 예산의 증감률은 전년 대비 1%였으나 이후 매년 증가해 2020년에는 전년 대비 7.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학이 마주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 학교 교수회 김한성(유기소재시스템공학) 회장은 “단순히 재정 확대를 하는 것으로는 대학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부족했다”라며 “국립대학 무상교육과 같은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지방의 대학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이 공약한 대학균형발전법은 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 기대를 걸 수 있을까?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고등교육 관련 공약을 많이 내세웠다. 특히 20대 국회보다 대학 관련 공약의 다양성 측면에서 진보한 모습을 보였다. 단순 재정 확보 관련 공약 뿐 아니라 지방대학과 국립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약도 제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립대학법’의 제정을 공약했다. 이 법안은 국립대학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중점으로 하는 법안이며, 학생 1인당 교육비 증액,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확대가 주요 사항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국립대학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취업 지원센터 설립, 지방 의과대학의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하고, 지방정부가 지역거점대학의 육성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더 나아가 대학 네트워크의 설립을 주장했다. 국가에서 일부 위탁운영을 맡은 공영형 사립대학을 설립하고, 국립대학과 이들 대학 간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대학 간의 격차를 없애고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성 회장은 “대학 네트워크는 필요하지만 개별 학교의 독립성을 보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라며 “저학년 수업 공동 수강 등 학제 개편을 방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학 교육 관계자들은 21대 국회가 고등교육의 산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지방대의 위기는 단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재정지원 부족, 관리 감독 부족 등 정부의 책임이 모자란 부분을 메워나가며 고등교육 전체를 개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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