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부산광역시 장전역에는 온천천 작은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작은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에 비해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진다. 지역주민들의 작은 쉼터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공간의 기능도 수행한다. 지난 10년간 작은도서관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운영 지원은 미흡해 폐관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작은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다뤄봤다.

지난 2007년 <도서관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작은도서관의 수가 크게 늘었다. 국민의 지식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 친화적 도서관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작은도서관의 설립 인허가 기준이 대폭 하향됐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33제곱미터의 공간 △6개의 좌석 △1,000권의 장서만 갖추면 된다. 조건이 엄격하지 않아 누구나 도서관을 설립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도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도 기준 작은도서관 수는 전국적으로 사립 1,433개와 공립 4,897개로 총 6,330개가 있다. 10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작지만 강한 도서관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자료의 수가 적지만, 방문하는 이용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이용자의 특징 등의 정보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독서 상담 과정도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보수동책방골목 어린이도서관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은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독서를 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지역 내 확장형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있다. 경기도 한글여주시장에 위치한 토닥토닥그림책 작은도서관은 △발표 △그림 그리기 △놀이 등과 같은 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전에는 주로 어른들이 이용하고 오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용하는데, 이용자의 연령대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한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 커뮤니티의 역할도 수행한다. 작은도서관의 위치는 대체로 주거지역과 밀접해 있어서 주민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다. 금정구청 작은도서관팀 정하영 팀장은 “작은도서관은 이웃 주민이 도서관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라며 “아파트에 조성된 도서관의 경우 구조가 익숙해 주민이 더 쉽게 방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늘어난 만큼 폐관도 잦아

하지만 작은도서관이 폐관하는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립도서관은 공립도서관에 비해 많은 수가 폐관하고 있다. ‘2018년도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폐관한 작은도서관의 수는 공립이 81개인데 비해 사립은 925개다. 대부분의 사립도서관이 장기간 운영을 대비하지 못 하고 개관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문제는 작은도서관의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특히 일부 공동주택단지는 작은도서관의 설립이 필수적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의2 7항 5호에 따르면 공동주택이 500세대가 넘을 경우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에 해당하는 공동주택단지 문고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설치 기준에 대한 의무만 있을 뿐 도서관 운영을 위한 지원이나 운영 방안은 없다. 결국 규정에 따라 도서관을 개관해도 운영하는 방법을 몰라 방치하게 되고,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명목적인 도서관만 남게되는 경우가 많다.

운영 지원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작은도서관 관련 업무를 한 명의 담당자가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원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2018년 기준 사립 작은도서관이 공공기관을 통해 지원 받은 인력은 평균 0.3명에 불과하다. 샘터꿈의도서관 안중덕 관장은 “장서가 25,000권이 넘어가지만 이를 분류 할 수 있는 인력이 없고 관련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기술자도 없다”라며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정하영 팀장은 “작은도서관 운영자는 도서를 선정하고 분류하는 일뿐만 아니라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 북 큐레이션 등의 역량까지 섭렵해야 한다"라며 "때문에 규모가 아주 작은 도서관도 전문사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작은 만큼 잘 보살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수의 전문사서 공급이다. 사립 작은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 업무 외에도 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사립 작은도서관의 인력 문제를 돕고자 올해부터 순회사서의 지원을 대폭 늘렸다. 기존 최대 5개관 당 한 명 배치되던 것을 4개관으로 줄이고 220명의 순회사서를 추가적으로 배치했다. 금정구에는 11명의 순회사서가 배정됐고 오는 12일부터 활동할 예정이다. 

사립 작은도서관들은 운영에 필요한 재원과 프로그램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8년도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도서관이 정부에 요구하는 지원은 △운영비 지원 13.9% △도서 지원 13.0% △문화프로그램 지원 9.6% 순으로 많았다. 하지만 사립 작은도서관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금정구청은 사립 작은도서관의 자생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모색했다. △사립도서관 운영자 대상 직무교육 △작은도서관장과 간담회 △웹페이지 작은도서관 홍보 등을 통해 사립 작은도서관을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작은도서관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작은도서관만의 장점을 살려 지역주민들에게 공공도서관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대역 인근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금정북파크는 좋은 사례가 된다. 금정북파크는 일반 공립도서관 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식물을 제외한 음료 반입 허용 △지역 시민 대상 인문학 강좌 운영을 통해 기존의 경직된 도서관 이미지에 벗어나 지역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금정북파크 관계자는 “인문학 강좌를 개최했는데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다”라며 “덕분에 프로그램 참여자가 더 늘었고 도서관 방문자 수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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