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이렇게 썼다. “그것은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우리는 곧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으며 ‘약함’과 ‘연대성’이란 단어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느 역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폭풍은 지나가고 인류는 살아남을 테지만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방역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이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머나먼 훗날 정도로 생각했던, 고립된 채 기계장치로 타인과 소통하는 SF 같은 장면이 훌쩍 우리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되고, 고부가가치 4차산업이 떠오르는 지금, 영화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딱 <기생충>까지일까? 우리는 <기생충>으로 최고 정점을 누려봤다. 그리고 급전직하하는 것일까, 어쩌면 다시는 천만 관객 영화를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극장을 가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영화를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의 성장은 예견된 것이지만 예상보다 훨씬 일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SNS 게임, 화상 커뮤니케이션 장치, 온라인데이트, 방송, 신문 등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성장이 전자제품의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와 같은 OTT로 영화와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기생충> 신드롬을 이어서 <킹덤2> 가 K-좀비 신드롬을 이끌어가면서, 한국인이 만들면 좀비물도 정치 드라마화되는 현상에 세계인들이 감탄하고 있다. 곧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K-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넷플릭스에서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조선 궁궐의 음험함에서 한국 학교의 정글로 이동한 한국형 좀비가 또 얼마나 세계인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된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가 “한국, 코로나 이후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조언하며 스스로 선도국가가 되고, 한국에 어울리는 새로운 길을 찾으라고 한 것을 미디어에 적용을 해보면 앞길이 밝게 보이기도 한다. 싸이, BTS, <기생충>, <킹덤2> 등 우리가 즐기기 위해 우리다운 것을 만들어서 내놓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문화의 선도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국뽕을 내세우거나 그렇다고 국가를 지워버리지도 않았다.

일본 독립영화로서 대히트를 기록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스태프와 배우를 다시 모아 ‘완전 원격’ 단편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 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한 번도 만나지 않고서 화상 통화를 한 동영상과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영상을 감독이 편집하여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는 재미난 발상이다.

감염의 아포칼립스에도 인간은 생존하고 놀이를 한다. 온종일 집 안에 머물러 있어도 할 게 무궁무진한 이 새로운 세상이 불편한 게 아니라 이제 새롭게 보인다. 나는 몇 달간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사이비종교를 공부하면서 한국 샤머니즘이 기독교를 만나 어떤 변종을 생성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했다. 지금은 흑사병 등 온갖 감염병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촉진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코로나 이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전망하는 미래학자들의 강의실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온갖 바이러스에도 살아남았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식물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있으며, 중국 공장들이 멈추자 오존층이 다시 살아나는 맑은 하늘과 바람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코로나 이후 대공항이 올 것으로 예측하지만 잃을 것만큼 얻을 것도 있다. 경제성장 대신 자연의 회복을, 경쟁 대신 연대를, 직업적 성공 대신 게으르게 가족과 지낼 여유를 찾고 있는 걸지도. 누군가에게는 이 사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일을 창출하는 팁이 될 것이다. 사망자에게는 애도를, 확진자에게는 회복의 기도를 보내며, 우리 모두 살아남아서 달라진 세상을 함께 누려야한다.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 교수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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