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코로나 극복’이 토픽으로 올라왔다. 최근 우리나라 확진자 수가 하루 10명까지 줄었다고 한다. 봄꽃이 피고 지기까지 계속된 전염병과의 싸움이, 조심스레 극복을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진정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쉽사리 끝을 말하긴 어렵다. 섣부른 일상으로의 복귀는 위기를 부른다. 싱가포르가 그랬고, 최근 예천군의 사례가 다시 경각심을 일깨운다. 때마침 재택강의가 1학기로 연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속상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코로나 이전의 날들이 돌아오긴 어렵겠다는 사실을. 기나긴 고통이 예상된다.

확진자 이슈에서 한발 물러서면, 그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제가 악화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 빈 거리에 수입도 비어버린 자영업자. 코로나19가 목숨을 앗아간 이들의 동료와 가족. 질병을 둘러싼 발언들에 상처 입은 사람들까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약해졌다만, 이들의 삶이 곧바로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우한을 보면 알 수 있다. 76일간의 봉쇄령이 해제된 도시에는 활기가 돌아오지 못했다. 봉쇄 해제가 방역 해제는 아니었고, 도시의 문은 열렸지만 마음의 문은 여전히 닫혀있다. 망가져 버린 일상을 재건하고 마음의 상처까지 회복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린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판데믹 이후 ‘세미노멀’을 지향해야 할 거란 말이 나온다. 최악은 지났지만 정상이 아닌 상태의 시대가 왔단 것이다.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이 당연하지 못하게 됐다. 계속되는 방역·검진·치료의 쳇바퀴, 사회적 거리 두기, 정체된 하루하루가 하나의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포스트 코로나’는 비단 일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가 변하고 있다.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교류가 어려워지는 지금, 세계화의 흐름이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위태롭기만 하다. 가보지 않은 길의 끝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예상하기 어렵다.

여태 우리나라는 잘 대처해왔다. ‘방역 모범국’이라며 외신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정부만의 덕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한 시민까지 모두가 제 몫을 다한 결과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정부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다거나 온라인 개강을 보완한다는 이야기가 전부다. 앞으로 다가오는 변화가 어떤 모습일지,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란 물음에, 우리 정부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혹시 안도가 안주가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1기를 간신히 넘어가고 있다. 해결해야 할 것은 질병 하나가 아니다. 우리의 삶, 이웃, 사회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더욱 길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제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디딜 차례다. 코로나19의 이후를 견딜 수 있도록. 코로나19로 쓰러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비록 그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진 못하겠지만,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아직 그리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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