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6만명의 회원수를 가진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밝혀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그 주범이 모대학 학보 편집장 출신이라는 점도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놀라기에는 이르다. 평소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어떤 인사는 “내게 딸이 있다면, N번방 근처에도 가지 않도록 평소에 가르치겠다”라고 하면서 “내 딸이 지금 그 피해자라면, 내 딸의 행동과 내 교육을 반성하겠다”라는 식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일삼아서 공분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 밖에도 인터넷에서는 일부라고는 하지만 ‘피해자나 가해자나. 피해자 솔직히 안 불쌍함’,‘애초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범법자’라는 식의 댓글도 곧잘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글들을 발견할 때마다 이 ‘N번방’사건은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내재된 ‘왜곡된 자아=왜곡된 성의식’이라는 거대한 빙산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 

아마도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진행되더라도, 분명히 이와 유사한, 아니 이보다 더 처참한 사건들이 재발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N번방은 언제나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었다. 다만 우리의 침묵과 방임이 이를 키워온 것일 뿐이다. 설사 강도 높은 처벌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왜곡된 성의식은 메두사의 머리처럼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 사건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N번방 가입자 수 만 명 중에 상당수가 10대에서 20대라는 사실이다. 즉 이미 대학생이거나 예비 대학생이 상당수라는 점이고, 부산 지역 학생 중에도 N번방 가입자가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N번방이라는 이슈는 바로 대학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 문제의 해결에 관한 일차적인 당사자는 교육 당국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 등의 회복을 위해 상담, 치료, 법률 지원 등 포괄적인 보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다. 즉 앞으로 계속될 사이버 공간을 통한 성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과 제도의 강화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례로 만약 텔레그램 등의 외국 메신저 업체가 수사 협조를 거부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학교 당국에서는 온라인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 올바른 성윤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성적 대상화의 위험성, 성별 이분법의 문제, 성에 대한 왜곡된 문화 및 관점의 폭력성 등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직원까지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제도화해야만 한다. 이는 장래 있을 수 있는 피해자를 위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아차 하는 순간 가해자가 되어 학교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될지 모를 가해자의 양산을 미리 끊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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