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제21대 총선, 부산이 주소지가 아닌 필자는 사전 투표를 해야 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달라진 점이 많아 투표를 하러 가기 전 정보를 미리 찾아봤다. 가장 큰 차이점은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졌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도 더 길었다. 투표소 책상에 다 올라가지 않아 밑으로 흘러내릴 정도였다. 수많은 정당의 이름이 적힌 기다란 투표용지를 보고 있자니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이렇게 많은 당이 있지만 청년을 제대로 대표하고 목소리를 내줄 당은 없었다. 선택지는 많았지만 어떤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과연 청년인 필자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번 선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마다 청년 정치인은 줄어들고 청년을 위한 공약도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약은 있지만, 그것이 청년들이 바라는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청년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티가 나는 경우도 많다. 엉성한 청년 공약은 선거 기간 동안 등장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매 선거마다 비슷한 공약이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직접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청년 정치인이 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청년 의원은 3명뿐이었다. 이번 선거에 나온 각 정당의 청년 후보는 총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중 몇 명이나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청년은 누가 당선되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어떻든 그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가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공약에 배신만 당해왔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쁘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2018년 기준 9.5%로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더 심각했다. 작년 기준 청년 확장실업률은 22.9%로 통계 작성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정치는 그들이 믿고 의지하게 해주지 못했다. 청년들은 오롯이 스스로 스펙을 쌓고 공부하며 취업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답답하다. 그 많은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청년이 선거를 하고 싶은 환경조차 만들지 못했다. 선거철마다 그렇게 자신이 잘났다고 목소리 높이던 사람들이 맞는지 모르겠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뀌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에 오래 몸 담그고 있다는 사람들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낮은 청년층의 투표율을 오롯이 청년의 탓으로 돌린다. 2030의 투표율이 낮은 책임을 청년들에게 따져 묻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다.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 문제를 바라보려 한 적은 있는지, 정말 자신이 내놓은 청년 공약이 청년을 위한 공약은 맞는지. 더 이상 선거만을 위해 급조한 청년 공약을 보고 싶지 않다. 청년을 진정으로 품지 못하는 정치는 고여 썩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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