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는 21개 정당에서 1,118명, 비례대표 선거는 35개 정당에서 312명이 등록하였다. 그런데 후보자 등록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너무나 조용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통령 선거 △대통령의 개헌 발의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 등 최근 몇 년간의 정치적 격변을 감안할 때, 총선이 이토록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감안해도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더욱 우려할 일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 이후 첫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들의 총선 공약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우리는 여기서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데 거리낌 없는 양대 정당의 행태에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 선거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그 빈틈을 파고들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발명해낸 미래통합당이나, 자신들이 주도하여 통과시킨 선거법의 취지를 스스로 깔아뭉개며 꼼수에는 꼼수로 대응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모두 눈앞의 정치적 실익을 위해서 정당정치의 원칙과 근간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입 기회를 높이고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는 양대 정당의 이른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경쟁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듯 보인다. 그래서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TV 토론회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양대 정당이 아예 출연조차 못 하고 신문·방송·인터넷에 정당 광고를 통해 공약을 알리지도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주요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알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섣부르지만, 개정 선거법은 누더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에서 양대 정당은 ‘떴다방’ 업자들의 수준으로 퇴락했고, 촛불을 함께 들었던 시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는 더 커졌다. 또한 진영 간의 극한적 대결은 규범적 제어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으며, 오히려 상대 진영을 몰락시킨다면 몰염치도 덕목으로 칭송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에 대한 신뢰는 결정적으로 훼손된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현행 선거법의 규범적 구속력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었기에 다음 22대 총선을 현행 선거법으로 다시 치르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더 퇴락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조만간 21대 국회가 문을 연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안전과 생계를 위협받는 국민들을 위한 조속한 입법 조치들과 함께, 21대 국회는 개정 선거법의 추가개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당법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행동일 것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