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오후 대운동장, 우리들 지역 아동센터의 개구쟁이들과 축구 동아리 ‘컨추리’ 학생들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아홉 살 현준이는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는데 잘 못해 재미가 없었어요”라며 “오늘 형들에게 배워가서 잘할 거에요”라고 각오를 다진다. 주현이도 “반에서 세 명이 제일 축구를 잘하는데 형들에게 배우고 가면 제가 단독 1등일 것 같아요”라고 기대를 드러낸다. 먼저 몸을 풀기위한 달리기와 스트레칭부터 시작한다.


  몸 풀기가 끝나고 가장 기본인 패스부터 드리블, 슈팅 강의가 진행된다. “축구는 팀플레이고 패스는 우리 편을 향한 서비스야. 패스를 잘하면 화려한 드리블을 하는 애들보다 축구를 더 잘할 수 있어”라는 승범 씨의 조언처럼 아이들은 공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차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공을 주고받는다. 본경 씨는 “발끝이 아니라 안쪽으로 패스해야 정확하게 할 수 있어”라며 요령을 설명한다.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점점 편하게 다가간다.


  축구선수 출신이라며 자랑하는 승범 씨에게 필교는 “형들이 축구 하는 걸 못 봐서 잘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패스에 이어 상대를 제치는 드리블 기술을 전수하는 승범 씨. “어려워 보이지만 천천히 하다보면 형처럼 빨리 할 수 있어”라며 시범을 보인다. 집중해서 따라하던 준영이는 “패스보단 어렵지만 연습하면 형을 제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해가 지며 공기는 더 차가워졌지만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배운다. 끝으로 아이들은 각각 ‘타이거’팀과 ‘드래곤’팀으로 나눠 시합을 한다. 먼저 선취골을 넣은 드래곤팀의 준영이가 환호하며 골 세레모니를 펼친다. 본경 씨는 “한골만 넣으면 되, 침착하게 패스해”라며 타이거팀의 힘을 돋운다. 하지만 쉽사리 골이 터지지 않자 민성이는 “혼자서 공을 몰고 가니까 힘만 들고 골이 안 들어가요”라며 “패스를 하고 서로 도와야 골을 넣을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모두 지쳐 보이는데도 쉬지 않고 공을 쫓으며 즐거워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들었는지 시합을 마치고도 계속 “한판만 더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본경 씨는 “원래 좋아하는 축구를 같이하고 또 아이들이 즐거워하니까 기분이 좋고 보람이 있어요”라며 “많은 사람들이 주변만 보고 사느라 어렵고 힘든 이웃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은데 이런 기회로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소감을 밝힌다. 승범 씨도 “평범한 기부나 봉사활동은 해본 적 있지만 오늘처럼 좋아하는 축구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랐어요”라며 “앞으로 내가 가진 재능과 시간을 이용해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싶어요”라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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