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향토서점의 대표주자 동보서적이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폐업했다. 이 향토서점은 부산의 중심지에서 책과 지식을 팔고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오랜 시간 자리했지만, 결국 지역 중소서점들에 닥친 위기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부산서점조합장은 “불과 십 년 전 500여 개에 달했던 서점이 지금은 240여 개 정도로 줄었고 그들 중 상당수가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요”라며 “2002년 교보문고를 시작으로 거대자본을 앞세운 수도권 대형서점의 영업망 확장과 인터넷서점의 무료배송과 할인정책이 그 이유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점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사회구조와 소비자들의 의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디고 서원의 김미현 실장은 “책을 정가에 구입해야한다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아직 부족해요”라며 “인터넷서점과 지역서점이 상생하는 모델이 갖춰지지 않은 출판업의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점은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 여타 상업공간과는 구분된다. 백년어서원 김수우 시인은 “애초에 서점은 상업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키우는 문화 공간”이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학교 앞 역시 작은 서점들이 줄지어 자리했고 사람들에게 추억을 안겨주는 장소였다. 부산발전연구소의 오재환 연구원은 “휴대폰이 없던 시절 약속장소로 책방을 많이 이용했는데 누구나 쉽게 갈 수 있고, 또 책을 읽거나 자연스레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했죠”라며 “약속 장소를 옮기면 게시판에 메모해놓는 등 추억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서점들이 다시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가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서점이 ‘복합적 문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수우 시인은 “서점은 책을 사고파는 곳일 뿐 아니라 전체 시민의 정신을 가꾸어나가는 토양을 만드는 곳이어야 해요”라며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의가 있고 다양한 계층의 독서회, 토론회가 이루어지는 전문화된 서점이 필요한 거죠”라고 방법을 제시했다.


  서점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들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 오재환 연구원은 “개인뿐 아니라 정부기관, 대학교 등 공적인 곳에서 책을 구입할 때 조금 더 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중소서점을 이용해 서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해요”라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서점조합장은 “온라인 서점 및 대형서점에만 유리하게 돼있는 도서정가제법을 바꾸기 위해 부산서점조합을 중심으로 영세 서점들이 힘을 모아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부산시에서도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의 역외유출을 막는 차원에서 수도권 대형서점의 부산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해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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