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도의 한여름과도 같은 날씨에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로 무거운 캐리어를 힘겹게 끌고서 도착한 오사카 대학교는, 일본에 도착했다는 벅찬 설렘보다도 눈물 나게 힘들다는 첫 인상을 안겨 주었다. 얼른 가족과 통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공중전화로 달려가서 짧게 통화를 하고 인터넷으로 긴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기숙사 방에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고, 자연스레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필자가 오사카 대학교 도서관에 처음 발걸음 하게 된 날이었다.

  기숙사가 교내에 있고 기숙사에서 도서관까지 자전거로 2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이 더욱 편리했다. 그래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러 도서관에 갔다는 처음 동기와는 달리, 나중에는 레포트를 쓰거나 시험공부를 하거나 과제에 필요한 참고 도서를 찾아보기 위해 도서관에 자주 가곤 했다. 처음에는 수업 내용과 레포트가 어렵게만 참고용 책들을 8권씩 빌려 읽고, 자전거 앞 바구니에 책을 가득 싣고 기숙사로 올 때도 있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평소에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부산대학교에서는 시험기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늘 공부하는 사람들로 도서관이 붐볐는데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을 뿐이었다. 시험기간에는 자리가 꽉 찼지만 느긋하게 도서관에 와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나중에는 ‘다들 어디서 공부하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평소 사람이 많이 없을 때는 물론이고 사람이 많은 시험기간에도 좌석 옆에 한 자리를 비우고 띄엄띄엄 앉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자리가 부족한 시험기간에는 옆 자리에 사람이 있어도 자리를 잡고 앉았으나 이곳에서는 자리가 비어있어도 옆 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앉지 않았다. 그 공간이 바로 남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또한 자신도 방해받지 않겠다는 일본사람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곳 도서관은 ‘도서관 식당’으로도 유명했다. 캠퍼스 안에는 6개의 학생식당이 있었는데 그 중 도서관 식당이 제일 맛있다고 해서 많은 학생들로 붐볐다. 오사카 대학교의 사람들은 이 곳을, 도서관의 '관(일본어로 칸)'과 도서관 밑에 위치하고 있다는 '하(下, 시타)' 라는 글자를 따와서 '칸시타(도서관 밑)' 라고 부르며, 약속 장소로 삼거나 쉬는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도 사용했다. 도서관 안에는 학생들이 많이 없는데 그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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