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총장선거가 이제 겨우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날짜를 정한 것과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것 외엔 별다른 진척이 없어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기본적 규칙이 이미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선거에 참여할 구성원의 범위와 참여 비율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총장선거가 자칫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총장직선제는 총장임명제가 대학의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해온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다. 국가가 총장직선제에 동의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한 것은 임명제가 가진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교수들만 선거에 참여해 총장을 선출하던 방식에서 점차 직원, 학생, 조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선거에 참여하게 되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구성원들의 참여 범위와 참여 비율은 점점 확대되어왔는데, 이는 대학 거버넌스의 민주적 외연 확대라는 면에서 분명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만만치 않다. 선거 때만 되면 대학마다 총장선거 참여 범위와 참여 비율을 놓고 구성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12월 5일 교수회가 평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 강사와 기금교수에게 총장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총 43명의 평의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강사에 대한 선거권 부여 여부는 찬성·반대 비율이 41.9%(18명)와 58.1%(25명)였고, 기금교수에 대한 선거권 부여 여부는 그 비율이 23.3%(10명)와 76.7%(33명)였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평의원들이 사전에 소속 단과대학 교수들의 의견을 파악해 투표한 결과라고 하니 부산대학교 교수들의 총의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총장직선제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면 이번 투표결과는 매우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강사와 기금교수는 이번 교수회평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총장선거가 파행을 겪지 않도록 협조할 필요가 있다. 이번 투표의 설문에서 강사의 최소참여비율을 교수의 10%인 120명으로 정해 강사의 선거 참여에 찬성하는 교수들에게도 선택의 여지를 제한한 것은 전략적인 실수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결과는 교수들이 강사들의 선거참여에 마냥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부산대학교는 총장직선제를 모범적으로 치를 의무가 있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제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교에 행·재정적 불이익을 가하면서, 부산대학교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국공립대학교는 이에 굴복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바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2015년 8월 17일 고현철교수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고, 부산대는 국립대 중 유일하게 정부의 강압 속에서도 총장직선제를 지켜낸 대학이라는 전통을 세우게 되었다. 이후 많은 대학들이 총장직선제로 복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부산대학교는 가히 대학민주화의 선봉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회는 빠른 시일 내에 총장임용후보자선정규정을 마련해 선거의 기본규칙을 확정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도 서로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합리적인 의견조정과 협의에 응해야 할 것이다. 총장선거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반목과 불화는 고현철교수의 희생으로 지켜낸 우리 부산대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총장선거는 모든 구성원들의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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