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을 가진 소년>

(감독 김휘근 | 2019)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미각을 충족시키고자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행동부터 날고 싶다는 욕망이 만든 비행기처럼 거대한 인류사의 발전까지. 이 모든 것은 무언가를 향한 욕망에서 비롯됐다. 욕망은 인간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인간에게서 욕망은 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욕망이라는 감정은 가끔 뒤틀린 형태로 나타난다. 영화 <뿔을 가진 소년>은 사람의 분별없는 욕망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돈이나 생명 등 각자가 욕망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일어난다. 그들은 욕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소년의 ‘뿔’을 얻고자 한다. 등장인물들의 욕망은 너무도 강렬해서 이성이 작동하지 못할 단계에 다다른다.

욕망이 지나치면 도덕성과 인간성에 눈이 먼 존재가 된다.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중탕업자 광웅(최광은 분)은 뿔을 가진 소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광웅과 그의 직원들은 소년을 ‘돈’으로 취급하여 마치 동물을 사냥하듯 소년을 총을 이용해 잡으려 한다. 욕망의 종류는 다르지만 준배(최완민 분)도 광웅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병에 걸린 후 살아야한다는 욕망이 생긴 준배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삶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영화의 후반부에서 총을 직접 쥐고 소년을 죽이려 한다.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려는 동구(권기하 분)와 동생의 완치를 바라는 진아(김윤정 분) 또한 망설임 없이 총을 집어 든다. 뿔은 등장인물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존재이며, 가질 수만 있다면 인간성을 져버릴 수도 있는 맹목적인 오브제다. 

개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결국 그 결과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소년을 중간에 둔 채 진아와 준배의 총이 불을 뿜지만, 영화는 직접적으로 소년이 죽는 것과 둘 중 누가 욕망을 실현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준배와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슬퍼하는 진아의 대비를 통해 욕망을 실현한 인물이 누구인지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준배는 소년의 뿔을 통해 살고 싶다는 원래의 욕망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갖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희생을 통한 욕망의 실현의 끝은 행복할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낯선 존재가 집에 침입해 아이를 납치하는 암시가 보인다. 소년의 뿔을 빼앗아 행복을 산 준배에게서 아이를 빼앗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개인의 욕망을 위해 다른 이의 안위를 해치는 자에게 평온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키케로는 ‘당신의 욕망을 이성의 지배하에 두어라’고 말했다. 욕망에 눈이 멀어 분별없이 행동했을 때 그 결과가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뉴스에서 매일같이 들리는 채용 비리들을 보면, 비리를 저지른 자들은 결국 욕망에 바탕을 두고 그릇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방법이 잘못돼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다른 사람을 해치고 성취한 욕망으로 쌓아올린 탑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무너진다. 욕망은 독이 든 성배와도 같다. 욕망은 분명 사람의 삶을 고취시키고, 발전을 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자신과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존재로 변한다는 사실을 모두 유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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