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타파를 위한 여섯 빛깔의 노력, 퀴어

한국 최초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 20년이 흘렀으나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이에 부산이 성 소수자 인권에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짚어봤다.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해운대 구청의 도로점용 허가 불허로 인해 무산됐다. 이에 <부대신문>이 부산퀴어문화축제 김이해 활동가와 지미 활동가에게 퀴어문화축제 개최의 어려움과 이번 불허의 부당함에 대해 들어봤다.

△퀴어문화축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퀴어문화축제는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으로 무대, 부스 그리고 퍼레이드로 구성돼 있습니다. 무대는 퀴어·앨라이 아티스트와 퍼포머의 연대 공연으로 이뤄집니다. 부스는 지역의 성 소수자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퀴어문화축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참가자들의 지원을 통해 운영됩니다. 퍼레이드는 퀴어문화축제의 핵심으로 지역 사회에 성 소수자를 가시화하는 대표적인 퍼포먼스입니다. 주로 구호와 발언, 춤과 노래 등을 통해 성 소수자로서 자긍심을 표출합니다.

△올해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 개최가 불발된 경위가 어떻게 되나요?

해운대구청의 지속적인 도로점용 불허가 처분으로 인해 참가자 및 기획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고, 해운대구의 경우 발의 과정에서 기독교 단체의 간접적인 압력이 있었음을 구의회 회의록에서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3회 축제를 강행하기보다 오히려 공기관의 인식 변화를 촉구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구청의 불의한 행정 처분을 규탄하는 <제2회 전국퀴어총궐기>를 진행했습니다. 

△ 이전 퀴어문화축제 개최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부산은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낮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 개최 당시 해운대구청은 도로점용불허가 처분뿐만 아니라, 축제를 강행할 경우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며 위협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또한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기획단원의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해 축제의 내부 기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등의 지속적인 민간사찰과 괴롭힘이 있었습니다. 이에 법률대응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 도로점용 불허가 건의 진정을 제기하고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민간사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구청의 도로점용 불허에 따른 과태료 처분, 개인을 향한 형사고발 등의 전례 없는 강력한 탄압조치는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 개최 취소의 가장 큰 원인이 됐습니다. 이러한 탄압조치는 부산퀴어문화축제를 구성하고 있는 활동가 개인에게도 부담이 될 뿐더러, 성 소수자 혐오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어 오히려 축제 현장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부산 외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가 협조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구에서는 우선순위 집회신고를 위해 매년 일주일가량 밤샘 줄서기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청 또한 서울광장의 집회신고 처리를 지연해온 사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적발되었습니다.
 
△축제 개최를 준비할 때 시민들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퀴어문화축제는 공개된 장소에서 성 소수자가 자신의 존재와 자긍심을 긍정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성 소수자 혐오단체가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고 혐오 정서를 표출하는 행위는 테러와 같습니다. 그 예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 당시 성 소수자 혐오단체들이 반대 집회를 열면서 두 단체 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사실 충돌보다는 집단폭력에 가까웠습니다. 소수자들을 향한 집단폭력이라는 의미에서 테러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성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혐오 발화 뿐만 아니라, 폭행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부재로 혐오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소극적인 방식뿐입니다. 지역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있다면 퀴어문화축제라는 공간을 성 소수자의 안정적인 심리적·물적 장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성 소수자들을 위한 개선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더불어 부산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인권 조례에 성적 지향성, 정체성에 대한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또한 생활동반자법·파트너등록법 등 성 소수자에게 안정된 사회 제도를 제공하고 국가가 성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 소수자 인권 감수성 함양을 위한 기본 교육 실시도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성 소수자 관련 지원사업 확대 및 제도 개선이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 소수자들을 위한 법과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합니다. 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조항을 삭제한 사실을 미뤄봤을 때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성 소수자 인권 감수성 함양을 위한 기본 교육이 실시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퀴어문화축제의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은 2020년에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든든한 연대와 지지에 힘입어,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다시 한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앨라이 : 성 소수자 차별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차별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서로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는 단어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