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충원율이 낮아지고 있다. 대학생이 대학원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 인력이 수급되지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부대신문>이 대학원 기피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넷에서 ‘소년이 죄를 지으면 가는 곳은 소년원이고, 대학생이 죄를 지으면 가는 곳이 대학원’라는 말이 화제였다. 현재 대학생들이 대학원을 기피하는 현상을 잘 나타낸 말이다. 이처럼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학생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연구자가 필요하다

대학원은 대학의 학부 과정을 마치고 연구 ·교육에 종사하는 최상층의 교육기관이다. 대학원의 역할에 따라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 등으로 나눠져 있다. 대학원생은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으로 △연구활동 △논문작성 △수업조교 △프로젝트 등을 수행한다. 대학생이 특화된 학문을 처음 배우는 학생이라면, 대학원생은 학문의 연구와 논문작성을 하는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대학원생과 같은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학원 졸업생 수요가 2016년 약 115만 명에서 2026년 146만 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원생이 중요해짐에 따라 다른 나라들은 대학원 졸업생 확보를 위해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찬석(산업공학) 교수는 “학부 졸업자는 심층적 연구가 불가능 하지만, 대학원 졸업자는 대부분 연구를 수행 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더욱 국가 연구 능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원자 줄고 있어

하지만 대학원 중 기초 학문 연구를 수행하는 일반대학원 대학원생 입학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국가교육통계센터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5년 대학원 충원율이 88%였지만, 점차 감소해 2019년에는 80.2%를 기록했다. 일반대학 충원율이 꾸준히 98% 이상을 차지한 것에 비해 대학원 충원율은 해마다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도 일반대학원 지원자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우리 학교 정원 내 일반대학원 석사 지원자는 2014년 2,167명에서 2018년 1,839명으로 15.1% 감소했다. 박사 지원자는 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우리 학교 정원 내 일반대학원 박사 지원자는 2014년 866명에서 2018년 676명으로 22%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문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진학하기 망설여져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대학원내의 가혹행위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대학원을 기피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원생의 졸업 여부를 지도교수가 판단하는 것을 이용해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2014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서 작성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45.5%가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언어·신체·성적 폭력 31.8% △사적노동 25.8% △학업연구권 침해 20.2%있었다. 교수의 갑질 로부터 피해를 받는 대학원생의 사례를 보고 대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도 대학원 진학의 걸림돌이다.  ‘2018년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 학비로 인해 △일상생활 비용 조달 어렵다 (45.9%) △장학금 등 수입이 없으면 학업지속 어렵다 (65.7%) △학업에는 지장이 없으나 미래를 위한 저축할 여력 없다 (77.1%)고 답변했다. 인제대학교 음악학과에 재학중인 A 씨는 “대학원을 진학할 때가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나이라 경제적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공과대학 대학원에 다니는 B 씨는 “대부분 대학원생은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충당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취직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좁아지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학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취직할 수 있지만, 대학원생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 위주로 취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석사, 박사학위의 수요가 많은 학과는 문제가 덜하지만, 수요가 적은 학과는 학사 때보다 취직난이 더 심해진다.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일선 회사의 수요가 드물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기도 한다. 김용규(영어영문학) 교수는 “과거에는 인문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많아 대학원을 진학해 능력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현재는 대학원을 졸업하면 미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학생들이 기피한다”라고 전했다.

병역문제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문연구요원은 군대대신 병역지정업체에서 연구를 함으로써 병역을 해결하는 대체복무제도 중 하나다. 하지만 현역입영대상자가 줄어들면서 대체복무를 감축함에 따라 전문연구요원도 감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생들이 불안정한 전문연구요원 제도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 후 병역을 해결하면 약 2년간 공백 기간이 생기기 때문에 취직 및 연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계공학에 재학중인 C 씨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공부를 쉬면 본인의 역량이 떨어져 다시 공부하기 부담스럽다”라며 “군대를 미리 다녀오면 나이 때문에 대학원에 가기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나온 ‘전문연구요원제도 운영 및 선발의 현황과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생 1,565명 중 80%가 ‘전문연구요원제도가 박사과정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D 씨는 “대학원을 자교보단 과학기술원으로 진학해 전문연구요원을 원활하게 가려는 학생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사회가 고민해야돼

대안으로 대학원에 대한 투자 증가가 제시된다. 우선 △학교 △산업 △정부의 연계가 필요하다. 기업의 경우 학교와 연계해 대학원에 투자를 높여 대학원생 유치를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장학금을 늘려 대학원생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원하는 전공자를 얻을 수 있고, 정부의 경우 국가에 필요한 논의를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또한 사회에서 대학원생에 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용규 교수는 “대학원생을 확충하려면 단순한 지원이 아닌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라며 “사회가 대학원생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원생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미국에서 사립대학 대학원생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았다. 대학원생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대학원생이 노동자로써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대학원내의 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야 한다. 현재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에서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 ‘대학원생119’를 운영 중이다. 대학원생119는 권리침해사건 발생 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권도형(경영학 19) 씨는 “법률 지원 뿐 만 아나라 대학원 환경 및 제도가 개선돼야 대학원 기피 현상이 줄어 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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