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 1층 복합문화공간에서 ‘세상의 모든 시학 : 장자의 나비,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만나다’를 주제로 이성희 시인의 강연과 권한준 바리톤의 연주회가 진행됐다. 이번 강연은 음악과 함께 구성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강연을 진행한 김승룡(한문학) 교수는 “시와 음악을 통해 시의 의미를 이해하며 마음을 치유하길 바란다”라며 시와 음악으로 강연을 구성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1부를 맡은 이성희 시인은 장자가 말하는 ‘무’의 개념에서 타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타자와 진정한 만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자의 무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인과관계와 모든 가능성이 끓는 혼돈의 세계를 뜻한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세계를 많은 이가 인지하지 못하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무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성희 시인은 “시인이라면 혼돈의 세계에 접하려 애써야 한다”라며 “실체로 존재하는 반지가 아닌 반지 중간에 텅 빈 공간을 얻으려 노력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필요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타인을 필요라는 틀에 맞춰 인식하면 타인이 가진 가능성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성희 시인은 “타인을 가두는 틀을 없애는 무의 경지에 올라 수많은 인과관계와 가능성을 접할 필요가 있다”라며 “무의 상태를 통해 타인에게 진정으로 감응하는 봄을 느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2부는 권한준 바리톤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노래를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 노래에 앞서 권한준 바리톤은 <겨울나그네>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권한준 바리톤은 “<겨울나그네>는 죽음을 예견한 슈베르트의 고뇌와 섬세한 자연 묘사가 특징인 작품”이라며 “슈베르트가 느낀 고뇌와 외로움을 느끼며 음악을 감상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후 권한준 바리톤이 <겨울나그네>의 △제12곡 고독 △제3곡 얼어붙은 눈물 △제4곡 동결 △제5곡 보리수 △제11곡 봄 꿈 순대로 노래했다. 강연에 참여한 청중들은 보리수의 반주에서 느껴지는 낙엽의 소리에 귀 귀울였다. 독특한 피아노 반주 뒤에 권한준 바리톤의 노래가 이어졌다. 권한준 바리톤의 묵직한 목소리가 피아노 선율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마지막으로 권한준 바리톤은 봄을 쫓는 화자의 바람과 허망함을 나타낸 봄 꿈을 노래했다. 노래가 끝났음에도 청중들은 노래의 여운에 젖어 있었다. 1부 강연과 2부 연주회는 봄을 열망한다는 점으로 연결됐다. 김승룡 교수는 “오늘 유독 날씨가 추웠는데, 강연을 통해 봄을 엿본 듯하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청중들은 의미 깊고 유익한 강연을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현(경영학 19) 씨는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무의 개념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돼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추정림(분자생물학 19) 씨는 “강연을 통해 닫혔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라며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시를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