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는 ‘국가는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명시돼있다. 국가의 존재 의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출발한다. 국가는 자국민의 권리를 위해 모든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국가의 군대와 경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가가 자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위협을 가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총을 들이밀며 반대로 국민들을 죽이고 있으니 말이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그들의 동료를 추모하는 국화를 올리고 있다. 비극이다. 그들에게 국가는 더 존재할 가치가 없다.

홍콩시민들은 ‘일국양제’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싸움의 시작은 송환법이다. 송환법은 홍콩에 있는 범죄 용의자들을 중국에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이은 시위 끝에 송환법이 철회됐지만, 아직 홍콩의 싸움은 끝이 나지 않았다. 홍콩시민들은 그들의 행정장관을 자신의 손으로 뽑길 원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가혹하기만 하다. 오히려 더 큰 폭력으로 탄압하고 있으니 말이다.

홍콩의 상황은 전두환 독재 당시의 우리나라보다 더 암울하다. 입을 열어야할 세계의 지도자들이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자본주의 시장에 침투한 거대한 중국의 자본이 두려워 부당한 폭력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본으로 복수하겠다며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같은 비극을 겪었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홍콩의 아픔에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많은 대학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며 중국의 폭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레논월을 설치해 홍콩의 비극에 응원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 학교도 지난달 14일 홍콩지지 대자보가 붙고 레논월이 설치됐다. 하지만 우리의 연대가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이 있나 보다. ‘응원’하기 위한 벽보인데도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글이 붙기도 홍콩 시위를 응원하는 글이 테러당하기도 했다. 대자보와 레논월에 특정 대상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이 비난당하기도 했다. 서글프게도 학생들의 연대를 분란 야기로 판단하고 대학본부에서 직접 대자보를 떼는 대학도 있다더라.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의사를 표하는 것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대학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며 발전해왔다. 이런 대학에서 역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반대자들을 묵살하려는 것이 아니다. 반대하는 이들도 광장에 나와 학생들의 의견을 비판하면 된다. 비난과 혐오표현은 자제하며 자유롭게 서로 의견을 개진해가면 된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선의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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