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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남겨두고 떠나야 해 아쉽다
  • 오시경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9.11.30 22:51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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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장인 전호환 총장의 임기가 반년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총장 후보로 선출되고도 임용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총장 선거 당시, 총장직선제를 두고 정부와 학교가 갈등을 빚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용 후 4년이 지난 지금 전호환 총장을 만나봤다.

 

 

△임기를 이제 반년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우리 학교 총장으로서 활동한 소감을 듣고 싶다

아쉬움이 크다. 하고 싶었던 것도 잘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는데 못한 게 많다.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거냐는 생각도 많이 든다. 무리하게 일을 진행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이전 총장의 경우 무리하게 일을 강행하다가 구성원 간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하지 못해 가끔 실패한 총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임기를 마치면 남은 부분을 다음 총장에게 숙제로 남겨주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더 아쉬움이 남는다.

△총장으로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학내 구성원 간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총장으로 선출될 당시 총장직선제로 당선됐다. 총장직선제의 경우,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편이 갈려서 갈등이 생기게 되는데, 갈등을 경험해 보면서 화합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게 됐다.

또한 총장으로 선출된 당시, 우리 학교가 진행 중인 소송이 많았다. 대략 8개가 있었는데 가장 큰 건이 효원문화회관 관련 소송이었다. 우리 학교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구성원들의 걱정이 많았다.  부담해야하는 금액이 많다보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소송이 잘 끝나 국가를 통해 해지시지급금 비용을 확보했다.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임차인들과의 합의금 문제가 남아있다. 앞으로도 조율을 위해 신경 쓸 것이다.

△활동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대학재정회계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해당 법안이 통과가 됐다면 양산캠퍼스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건물 한 채를 짓는데 300억이 필요하면 정부에서 적어도 3년에 나눠서 주는데 그러다 보면 건설 과정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 학교에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을 더 확보하고자 했다.

또한 양산캠퍼스의 실버산학단지 부지를 헬스케어시티로 만들고 싶었다. 다른 대학처럼 병원 옆에 아파트를 지어서 메디컬 레지던스로써 거주자들의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대처도 빨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시설이 생긴다면 약 5천~6천억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대통령 공약사업인 메디컬 특화단지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부지를 활용해 발생한 돈을 학교를 위해서 쓸 수 있다면 다른 사업들의 진행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법률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서 부지 활용을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올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가장 신경 썼는가

당사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시안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또한 우리 학교 학생으로 내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이 우선이었다. 외부에서 논란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학내 구성원이니 보호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했다. 그래서 명확한 입장 표명 후, 추측만으로 해당 학생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철순 교수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철순 교수 발언 논란의 경우, 있음직한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학교 사례와 다른 점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타 학교의 유사한 사례들은 수업 중에 잘못된 발언을 하거나 사상을 강요하는 등의 행동으로 문제가 됐다. 실제로 과거 우리 학교 철학과 교수 중 한 명도 수업 중에 문제 되는 발언을 해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외부 행사에서 발언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수든 학생들이든 표현의 자유가 있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 대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법치국가다 보니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서 유죄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뭔가 움직임을 보이기에는 인권 침해 여지가 있어 힘들다. 해당 교수 징계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부에서 시위하거나 건물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방식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정문 개선 사업의 진행이 더디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인가

정문 개선 사업 예산은 발전 기금으로 이뤄지는데 예산 모금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 도안을 보고 기부자가 기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진행한 투표에서 1 안인 구 정문 도안이 채택돼서 기부를 예상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 중에 기부금 확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총장으로서 학내 구성원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평소에 다양한 SNS를 하는 편은 아니다. 대신 카카오톡을 통해 소통을 많이 했다.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거기에 질문이 올라온다면 재깍재깍 답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총장이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자투리 시간이 많은 편이다. 이동할 때 운전을 직접 하지 않아서 그 시간을 활용해서 답변해주고 있다. 올해는 우묻총답과 같은 행사를 통해 학생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회도 주최하고 있고 교수들과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을 알아야 어떤 일을 추진하고 진행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학교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꾸준히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신경 썼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현재 총장 선거관련 개정안을 두고 학내구성원 간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총장 선거 관련 개정은 현 총장으로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정안과 관련해 교수회에 권고했다. 강사도 이제 법적으로 교원이 됐는데 그들의 투표권을 투표에 부쳐서 논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학생 투표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니 모든 학생이 투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원이 많다 보니 인당 배정되는 비율이 다른 구성원과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 참여 비율 자체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조율해가면 된다. 원하는 바를 한 번에 이루기는 어렵지만 계속 조율해간다면 충분히 올바른 방향으로 합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무엇에 중점을 두면서 활동할 것인가

앞서 말한 양산캠퍼스 관련 회계법 개정과 현재 NC 백화점으로 활용되는 효원문화회관 합의 과정에 신경을 쓸 것이다. 효원문화회관의 경우, 예산 문제는 해결됐지만 아직 당사자들과의 합의가 남아있다. 법적으로 효원문화회관 내 임차인에 대해서는 학교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협과 임차인들 사이에서 학교가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활한 조율이 이뤄지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자 한다. 

또한 총장들이 임기를 마치면 재임록이나 회고록을 작성하는데 나는 일명 ‘징비록’을 작성할 예정이다. 자화자찬식으로 기록을 남기기보다 대학 구조조정, 캠퍼스 개발과 같이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것과 총장으로서 학교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적을 예정이다. 과거 율곡이이가 징비록을 썼던 이유처럼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 학교가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적어보고 싶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나라 대학이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변화해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주의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은 학생답게, 직원은 직원답게, 교수는 교수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하길 바란다. 사회적으로 협동을 하는 개체가 더 잘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학교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면 좋겠다. 

오시경 대학·사회부장  sunlight11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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