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사회학 석사 18)

필자는 기독교 교회에서 목회자로 13년째 일하고 있다. 교회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교계에 대한 답답함을 느낀다. 기독교의 본질에 대해 학문적 담론은 차치(且置)하더라도 필자가 생각하는 교회는 이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된다. 성경에서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고 말했다. 기독교가 빛을 잃은 곳에 빛이 되어 밝혀야 하고 본연의 맛을 잃은 곳에 소금이 되어 맛을 되살려야 한다는 예수의 선포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교회는 빛을 잃었고, 소금의 맛을 잃었다.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필자는 현재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로부터 괴리(乖離)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는 언어부터 감성까지 다 다르다. 접점을 찾기가 어렵고, 소통이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는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급기야 교회는 무인도와 다름없는 자기들만의 세상이 되어간다. 현재 몇 명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무인도화 되어있는 교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들 목회자들은 종교의 탈을 쓰고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가고, 신도들은 신앙의 이름으로 무비판적으로 그들을 수용하고 지지하는 형국이 바로 지금의 한국 교회의 모습이다. 

교회의 2,000년 역사는 배제와 분리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모든 조직이나 공동체가 그렇듯이 내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를 만들고 배제해야 된다. 교회는 신앙이 결부되어 있는 조직이기에 그 배제와 분리가 오죽 강했겠는가. 한국 교회는 한국 전쟁으로 인한 이념 대립을 겪었기 때문에 ‘반공, 빨갱이’ 담론이 전후 70년 동안 교회 내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반동성애와 반이슬람이 교회의 배제와 분리의 담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배제의 담론은 현시대의 조류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이런 교회를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는 사회가 공감하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고, 사회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면 교회는 머지않아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 있겠는가?

필자는 교회에서 성장했고, 필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은 교회를 떼놓고 말할 수 없다. 교회는 나에게 소중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기에 한국 교회의 현실을 볼 때, 말할 수 없는 큰 아픔이 다가온다. ‘한국 교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이 물음이 항상 필자의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을 갖게 만든다. 또 이 물음이 신학을 7년 전공한 필자를 사회학에 몸을 담게 했다. 

교회 내부 고발자의 심정으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발붙이고 살아야 하는 곳은 바로 한국 사회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를 너무 모를 뿐만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교회가 이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교회는 이 사회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 교회는 오히려 이 사회에 악한 영향력을 끼칠 뿐이다. 어느 사회학자는 인간이 종교와 사회를 구성했고, 이 종교와 사회는 상호작용하여 발전해야 된다고 말했다. 필자도 이 말에 공감한다.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현재 사회에서 교회의 선한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여기에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잇는 가교(架橋)의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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