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지느러미와 유연한 꼬리로 깊은 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를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사실 바다에 사는 고래가 옛날에는 □이였다고 합니다. □는 무엇일까요?

바로 초기 고래는 육지동물이였다고 합니다. 지난 4월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원 올리비에 랑베르(Olivier Lambert) 박사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네 발 달린 고래 화석을 통해 얻은 연구 결과를 실었습니다. 이 화석은 페루 남부 해안가 사막 플라야 메디아 루나에서 발굴된 것으로 4,260만 년 전 다리 4개인 고래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공룡이 멸종한 이후 등장한 고래의 조상은 다리가 네 개인 육상동물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500만 년 전 지구는 신생대 중 가장 따뜻한 시기였는데요. 이 시기 육지에는 소, 하마 같은 포유동물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는 고래의 조상인 파키케투스(Pakicetus)도 있었는데요. 파키케투스는 늑대를 닮았으며 네 다리에는 소처럼 발굽이 달려있었다고 합니다. 육지에 포유동물이 많아지자 먹이다툼이 심해졌는데요. 바다는 다른 포유동물이 없어 먹이를 구하기가 쉬웠기 때문에 파키케투스는 점차 오늘날 지중해인 테티스해로 나아갔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물고기를 잡기 편하도록 파키케투스의 주둥이는 길어지고, 이빨은 날카로워졌습니다. 바다 생활에 익숙해진 파키케투스는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00만 년의 시간이 흘러 파키케투스는 몸길이가 최대 24m인 바실로사우루스(Basilosaurus)와 최대 5m인 도루돈(Dorudon)이라는 동물로 진화했는데요. 두 동물은 덩치와 생김새는 달랐지만, 꼬리가 지느러미 형태로 진화했고 뒷다리는 작은 크기로 퇴화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깊은 바다 생활에 적응하기 편하도록 진화한 것이죠. 그렇게 계속 진화를 거듭해, 약 500만 년 전 지구에 고래와 돌고래가 출현했습니다. 귓바퀴와 뒷다리가 없어지고, 물속 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에 털도 나지 않는데요. 대신 청력은 발달했고, 파키케투스의 앞다리는 시간이 흘러 고래의 가슴지느러미가 돼 헤엄치는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부산환경교육센터 조용우 이사는 ‘재미있는 진화생물학 이야기-고래, 바다로의 귀환’에서 4개의 다리를 가진 육지동물이었던 고래가 바다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점에 대해 ‘중력의 무거운 짐을 벗고 육지에 내렸던 닻을 잘라 둥둥 뜨게 됐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고래가 단순히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이라는 사실만 알았는데, 육지에 살던 포유동물에서 많은 진화를 거듭해 오늘의 고래가 된 것이라니,정말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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