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정(교양교육원) 강사

대학 입시 문제는 글쓰기 과제에서 늘 빠지지 않는 주제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없애야 한다거나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글은 매번 읽게 된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불공정하고, 정시만이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농어촌 특별 전형을 문제 삼는 글도 자주 만난다. 농어촌에 산다는 이유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아 실력보다 대학을 잘 간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전임 법무부 장관의 문제 중에서도 가장 분노를 샀던 것은 대학 입시였다. 다들 현재 대학 입시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

공정은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노력과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공정이 능력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취업에서 출신 대학을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신 대학=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른 차별을 공정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능력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은 개인이 처한 경제적 토대에 따라 달리 발현되고 계발된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결과만으로 능력을 판단하여 차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공정성 인식은 구조적 불평등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더 강화한다. 공정을 외치는 사람은 누구라도 노력해서 능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조적 불평등도 개인의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노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면서 자조적인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태생적인 환경은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능력이 경제적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태생적인 환경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한다.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한 사회구조에는 눈을 감고 공정이라는 말로 능력주의를 포장하고, 우월적인 사회적 지위와 자본을 세습한다. 능력주의가 공정한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능력과 무관한 요인이 삶의 결과에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장 불공정하다. 

시험은 시험일 뿐이다. 시험이 그 사람의 능력을 모두 말해주지 않는다. 시험 점수로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없는데도 우리는 시험 점수로 개인의 능력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사람의 능력은 다양하다. 사회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조화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제도 때문이 아니다. 출신학교에 따라 경제적 보상이 차이가 나고 차별 대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 입시 제도에 대한 불만은 없어질 수 없다. 개선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다. 공정이라는 말에서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대학 입시 제도의 공정성으로 호도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려는 의도를 읽어야 한다. 출신 학교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학 입학 성적이 취업까지 연결되어서도 안 된다. 대학 입학 성적이나 출신 학교는 개인의 능력을 말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인이 아니다. 가진 능력이 무엇이든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치는 공정보다는 평등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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