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고고학 18)

사람의 삶은 복잡해서 일축하기 어렵다. 하지만 필자의 삶을 한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예술이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좋아해서 하나에 꽂히면 밤을 새서라도 완독했고 미술관에 걸린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는 것을 즐겨 봤다. 그런 필자가 희망했던 직업은 해외 특파원이었다. 해외에 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보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유명 영화제에 참석해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거장 감독들을 만나는 상상도 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특파원에 대한 열망은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이어졌다. 이런 열망을 실현해보고 싶은 마음에  <부대신문>에 지원하게 됐다.

수습교육을 받을 때부터 낙수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 필자가 희망하는 부서는 문화부다. 소설, 영화 그리고 미술 등을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문화부의 기사는 스펙트럼이 다양했으며 깊이가 있었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기사를 쓸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랐다. 막연하게만 알았던 문화계 내의 어두운 면을 접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있었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스캔들로 영화계 내의 성차별과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보니 문화계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졌다. 공원 기획을 준비할 때 문화부에서 왜 공원을 다뤄야 하는지 당위성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의 삶에서 여가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문화라는 걸 깨달았다.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예술계의 부정적인 면을 취재하기도 했다. 기사 작성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필자가 알고 있던 세상은 피상적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회의감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볼 때도 열악한 영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볼 때도 가난한 예술가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고는 했다. 하지만 예술계의 현실에 무지했던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장밋빛 렌즈를 낀 채 낙관적으로 예술을 접하는 게 아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 개선되기를 촉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전히 하루에 영화를 한 편씩 챙겨보고 원하는 소설을 밤을 새면서 본다. 예나 지금이나 필자의 삶의 구심점은 예술이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첨예해진 것뿐이다.

정기자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부터 기사를 대하는 태도나, 그 깊이가 묵직해져야한다는 혼자만의 다짐을 했다. 수습을 겪은 동안, 다양한 사안을 접하면서 발전을 위한 준비를 했다면 이제는 진짜 발전을 해야 될 때다. ‘기성언론에서 조명받지 못한 소재들을 다루고’,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겠다는 문화부의 상과 <부대신문> 전체의 상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기사를 써야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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