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의 죽음
이 나무가 죽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죽어가는 중인지 알 수가 없다
한겨울 거리의 가로수
그 날은
드물게도 눈이 왔기에 눈이 되어
벤자민의 영혼은 떠났다.
맥없이 열린 창문 사이로
얼어붙은 식물의 시신?
시신이라기엔 너무나 견고해 보여서
나무는 죽음을 모르는 건가
첫 번째 죽음과
본질적이며 오래된 침묵은
무엇이 다르지?
벤자민은 지금
무엇이 되었지?
이 순간에도 죽음은
가로수를 위한 속도로
여유롭게 드리우는 중인가
어쩌면 그게 나무일지도 모른다
가끔 꽃잎이 내려앉는
잎사귀가 무성한 죽음
벤자민의 행방
멈추지 않은 벤자민의 시간에 대해
세계의 죽음이 한 겹
자라난 것 같았다
손해담(국어교육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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